[글로벌 북 카페]中 서점가 알리바바 창업자 전기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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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지금, 곧 하라” 마윈의 주문에 걸린 中대륙

요즘 중국 서점가를 점령하고 있는 책 중 하나가 마윈(馬雲·49) 전 알리바바 회장의 전기다. 서점마다 5, 6종이 나와 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이후 재조명되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전기가 3, 4종인 것과 비교하면 ‘마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중국이 마윈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의 사업 수완과 함께 인간적 면모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1조 위안(약 183조 원)을 돌파했다. 중국 소비재 총 매출액의 5.4%다. 마윈은 5월 이런 알리바바의 회장직을 돌연 내놓았다. 인터넷 업계에서 일하기에는 자신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였다.

알리바바의 창업과 성장이 그랬듯 마윈의 은퇴도 한 편의 드라마였다. ‘마윈의 인생철학(馬雲的人生哲學)’ ‘마윈 제국의 내막(馬雲帝國內幕)’ ‘과감히 내려놓는 마윈(果斷放下的馬雲)’ 등이 새로 출간되거나 개정판으로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중 ‘마윈의 인생철학’(바이산·白山 편저, 베이징공업대학출판사)은 중국을 매료시킨 그의 생각을 과거 발언과 행적을 통해 풀어 낸 책이다.

사실 마윈의 성장 과정은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웠다.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출신인 그는 대학입시에서 두 번 낙방했다. 삼수 끝에 간 학교는 한국으로 치면 전문대 격인 항저우사범학원 영어과였다. 그나마 정원 미달로 합격했다. 그는 첫 번째 입시에서 떨어진 뒤 삼륜차 운전을 하던 중 호텔 서비스 직원 모집에 응모했다가 키(약 160cm)가 작아 떨어진 적도 있다. 마윈은 당시를 회고하며 “성공은 뭘 얼마나 잘했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뭘 했고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실패를 용감하게 받아들이라는 주문이다.

‘삼류적 생각과 일류적 집행력’은 이런 의미에서 그가 제안하는 성공 방정식이다. 그는 “일류적 생각과 삼류적 집행력, 삼류적 생각과 일류적 집행력 중 어느 게 좋은가. 나는 후자를 택한다”고 강조한다. 마윈은 정보화 시대의 특징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꼽는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오늘 ‘잘 짜인 전략’이 내일 ‘시대에 뒤처진 전략’으로 추락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요즘 기업에는 창의적인 인재가 많지만 창의적인 집행력을 갖고 있는 인물은 적다”며 “기업 발전에는 좋은 전략과 관리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집행력”이라고 조언한다. 마윈은 “당장, 지금, 곧 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마윈의 인재상도 경쟁에 지친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직원이 우수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졸업장이 아니다”라며 “회사에서 광기에 들린 듯 일하느냐, 퇴근할 때 웃으면서 집에 가느냐를 보고 사람을 평가한다”고 말한다. 마윈은 1999년 알리바바를 출범시킬 당시 하루에 18시간씩 미친 듯 일했다.

알리바바의 경영에서 손을 뗀 그는 차이냐오네트워크라는 택배회사를 차렸다. 중국 전역을 24시간 배송 체제로 묶는 물류 혁명을 구상 중이다. 차이냐오는 ‘초짜’라는 뜻이다. 알리바바를 세울 때의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취지로 그가 직접 회사명을 지었다. 그는 “첫사랑을 마음에 간직하는 것처럼 창업 첫날의 이상을 간직하라”고 주문한다. 그가 인생 2막에서 첫사랑과 같은 이상을 실현시킬지 중국이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마윈#알리바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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