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우 교수 “조선시대 능지처참刑 목적은 법의 엄정함을 경고하려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심재우교수, 집행과정-특징 연구 발표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사)는 조선시대 능지처사의 집행 과정과 특징 등을 추적해 28일 한중연 장서각에서 열리는 전통한국학연구센터 콜로키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심재우 교수 제공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사)는 조선시대 능지처사의 집행 과정과 특징 등을 추적해 28일 한중연 장서각에서 열리는 전통한국학연구센터 콜로키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심재우 교수 제공
“머리가 몸뚱이에서 떨어진 뒤에 사지를 자른다. 그러면 머리, 몸뚱이와 합하여 여섯 토막이 된다. 옛날에는 팔다리를 잘라내는 데 도끼나 칼을 쓰지 않고, 팔다리를 소 네 마리에 잡아매고 소들이 사방으로 달려가도록 채찍질을 하여 목 잘린 사람의 사지를 찢었다.”

샤를 달레 신부가 19세기 프랑스 신부들이 조선에 와서 보고 들은 경험을 모아 펴낸 ‘한국천주교회사’(1874년)에 실린 글이다. 당시 조선에서 능지처참을 어떻게 행했는지 엿볼 수 있다. 죄인을 죽인 뒤 시신의 머리, 몸, 팔과 다리를 토막 내던 능지처참은 사형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형벌이었다. 끔찍하지만 조선은 명나라의 대명률을 따라 능지처사(凌遲處死·당시 능지처참이 아닌 능지처사로 표현)를 합법적 형벌의 하나로 법전에 명시했고 1894년 갑오개혁에 이르러서야 폐지했다.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사)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능지처사의 집행 과정과 특징, 중국과의 차이점을 여러 사료를 바탕으로 추적해 28일 한중연 장서각에서 열리는 전통한국학연구센터 콜로키움에서 발표한다.

발표문 ‘조선시대 능지형 집행의 문화사’에 따르면 조선의 능지처사는 대개 소나 말이 끄는 수레에 죄인의 팔다리와 목을 매달아 6등분으로 찢어 죽이는 거열(車裂) 방식이었다. 이는 신체를 여러 차례 칼질해 여러 조각으로 잘라내는 중국의 방식과 달랐다. 하지만 19세기 들어서는 프랑스 신부들이 목격한 것처럼 칼로 사지를 절단하는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1894년 4월 24일자 일본 지지(時事)신보에 실린 김옥균의 능지처사 장면 그림(위). 그는 갑신정변에 실패하고 중국 상하이에서
 암살된 뒤 그 시신이 조선으로 운구돼 능지처사를 당했다. 아래는 청나라에서 집행된 능지처사 장면을 그린 그림. 출처 
지지신보·금산현보갑장정
1894년 4월 24일자 일본 지지(時事)신보에 실린 김옥균의 능지처사 장면 그림(위). 그는 갑신정변에 실패하고 중국 상하이에서 암살된 뒤 그 시신이 조선으로 운구돼 능지처사를 당했다. 아래는 청나라에서 집행된 능지처사 장면을 그린 그림. 출처 지지신보·금산현보갑장정
능지처사형은 교수형, 참수형 같은 다른 사형과 마찬가지로 공개적으로 집행됐다. 주로 한양 도성 안의 군기시(병기 제조를 맡은 관청), 저자거리, 무교(지금의 무교동) 등에서 행해졌다. 이 형벌이 가장 많이 행해진 장소는 지금의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자리에 있던 군기시 앞길이었다. 한양 도성의 중심에서 참혹한 형벌을 공개한 것이다.

거열 뒤 잘린 머리는 효시(梟示) 혹은 효수(梟首)라 하여 대개 3일간 매달아 두었다. 지금의 종로2가 보신각 근처에 있던 철물교(鐵物橋)는 조선후기에 죄인의 머리를 내거는 단골 장소였다. 잘라낸 팔과 다리는 팔도 각 지역에 돌려 보게 하였다. 백성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다.

1728년 영조는 이인좌의 난에 가담한 문신 박필몽에게 능지처사형을 내렸다. 박필몽의 머리는 저자거리에 6일간 내걸린 뒤 소금에 담가 반란군 소탕 본부인 도순무영에 보내져 다시 내걸렸고 팔다리는 각각 팔도에 보내졌다.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은 1894년 중국 상하이에서 암살된 뒤 그 시신이 조선으로 운구돼 한강변 양화진 백사장에서 능지처사를 당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능지처사를 당했을까. 대개 반역, 가족 살해, 흉악한 살인을 저지른 자들이었다. ‘증보문헌비고’에 따르면 법률에 명시된 범죄 유형 총 2038개 가운데 사형에 처해지는 범죄 유형(365개)은 17.9%에 달한다. 사형 범죄 중에서도 능지처사에 해당하는 범죄 유형은 15가지로, 사형 범죄의 4.1%였다.

심 교수는 “유교국가 조선에서는 체제 전복, 가족 질서 파괴와 같은 성리학 윤리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가장 심각한 반사회적 범죄로 간주해 능지처사라는 끔찍한 형벌을 내렸다”며 “능지처사에서 참수가 먼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 형벌의 주요 목적이 사형수에게 큰 고통을 가해 죽이려는 것보다 처형된 시신을 전시함으로써 백성에게 법의 엄정함을 경고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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