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중년男]로맨틱하거나 럭셔리하거나… 신사의 필수품, 클래식 감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올가을 패션 트렌드

주요 남성복 브랜드가 선보인 2013년 가을겨울 시즌 제품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필름 누아르’ ‘빅토리아 젠틀맨’ ‘모던 모드’ ‘럭스 익스플로어러’.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주요 남성복 브랜드가 선보인 2013년 가을겨울 시즌 제품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필름 누아르’ ‘빅토리아 젠틀맨’ ‘모던 모드’ ‘럭스 익스플로어러’.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의 올 가을·겨울 시즌 광고가 패션업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세대별로 각기 다른 분위기를 제안하면서 연령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Ageless)’ 콘셉트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세대에 상관없이 멋진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남성을 표방했다. 나이가 들어도 도발적인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광고가 화제가 된 또 다른 이유는 ‘클래식’이란 콘셉트를 제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클래식이란 남성복의 영원한 테마다. 이번 시즌, 주요 디자이너들은 모두 클래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버버리프로섬’은 ‘아이 러브 더 클래식스(I Love the Classics)’를 테마로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과거로부터 얻은 모티브를 다양한 모습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들의 의상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중년 남성들을 사로잡았다.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면서 변치 않는 클래식 감성을 가진 이들에게 제대로 어필한 것이다. 주요 남성복 컬렉션에서 선보인 대표 의상들을 바탕으로 트렌드 키워드를 짚어봤다.

누아르 영화

클래식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시도들이 두드러진 가운데 발렌티노, 톰 브라운, 마이클코어스, 보테가 베네타 등 주요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은 1940, 50년대 누아르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들을 선보였다. 데이비드 린치 영화의 요소를 차용해 클래식하지만 로맨틱한 방식으로 클래식 남성복 스타일을 재해석한 것이다. 스트라이프 슈트, 다양한 소재를 패치한 트렌치코트, 광택감 있는 퍼, 실크 등은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섹시한 남성의 모습을 적절히 살린 이 테마는 과거 은막 속 남성 캐릭터와 현대 남성을 효과적으로 연결했다.

빅토리안 젠틀맨

보다 포멀한 디자인의 슈트는 먼 과거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귀족을 현대의 신사로 재탄생시킨 루이뷔통과 카날리는 패셔너블하고 고급스러운 취향을 보여주는 ‘빅토리안 젠틀맨(Victorian Gentlemen)’ 콘셉트를 제안했다.

지난 2년간 남성복 트렌드에서 주요하게 나타난 포멀 스타일이 지난해 핵심 트렌드였던 빅토리아 시대 테마와 만나 올가을 ‘빅토리안 젠틀맨’으로 완성된 모양새다. 이 트렌드는 빅토리아 시대 귀족들이 입었을 법한 광택감 있는 소재, 로맨틱한 패턴, 드라마틱한 레이어링 등 럭셔리한 디테일이 핵심이다. 스리피스 슈트와 여유로운 스타일이 어우러져 진정한 젠틀맨 스타일로 완성되는 것이다. ‘더블 브레스트 슈트’와 어깨 부분 디테일이 강조되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 시즌에는 슈트가 한결 경쾌하게 표현된 것에도 주목해 보자. 영국 런던의 전통적인 스타일과 미국 뉴욕의 세련미를 조합한 ‘모던 모드(Modern Mod)’가 그것이다. 카나비 스트리트와 뉴욕5번가가 만나 경쾌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미국 브랜드 토미힐피거는 영국의 맞춤 슈트 거리 섀빌로와 미국의 아이비리그가 만난 듯한 분위기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모즈 룩

폴 스미스, 래그&본 등의 디자이너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모즈 룩(Mods Look)을 세련되게 재탄생시켰다. 모즈 룩은 지난 몇 시즌 동안 남성 패션계에 강한 영향력을 미쳐온 테마다. 올해는 런던의 가장 흥미로운 시대 중 하나였던 산업혁명기 스타일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전통과 혁명 사이의 경계가 의상을 통해 흥미롭게 구현됐다. 또 패턴 디자인에서는 ‘하운드 투스’와 ‘글렌 체크’가 확대 강조됐다.

세련된 노동자패션

남성복 트렌드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트렌드는 ‘워크 웨어(작업복)’다. 준야 와타나베 맨은 동유럽 이민자을 연상시키는 컬렉션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블루칼라 계층이 입는 작업복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것이다.

또 ‘제너럴 아이디어’는 이동이 많은 현대인들의 트렌드를 담은 ‘노마디즘’을 작업복에 녹였다. 클래식한 요소도 함께 담아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낸 것이 특징이다. 군복, 그리고 낡고 해진 듯한 느낌의 작업복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은 이 밖에도 여러 패션쇼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올가을에는 셔츠부터 코트까지 모든 아이템에 주머니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세련된 노동자(refined worker) 패션’ 트렌드의 영향이다. 컬러 역시 햇볕에 바랜 듯한 느낌의 색감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한 탐험가

중년 남성들의 패션에서 주목해야 할 점 중 하나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있다. 삶 속에서 레저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지면서 여행하는 남자(Traveling Man)에 대해 고민하는 패션 업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시즌에도 일상의 지루함을 떠나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의 패션이 대거 등장했다. 자유가 테마인 컬렉션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손색없이 입을 수 있는 옷들이다.

올 가을·겨울 에트로, 루이뷔통, 노티카가 보여준 ‘럭셔리한 탐험가’ 테마는 끊임없이 모험을 찾아나서는 현대 남성을 표현한다. 3.1 필립 림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줬고, 드리스 반 노튼은 세계를 여행하는 보헤미안을 테마로 삼았다. ‘아침에 막 깨어나 아무거나 걸쳐 입은 듯한 스타일’이 콘셉트라는 설명이다.

중년의 럭셔리 탐험가 스타일링은 보다 세련되게 연출하는 게 포인트다. 이 테마에서는 투툼한 파카가 키 아이템으로 주요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자칫 ‘싼티’나 보일 수 있는 나일론 대신 고급 소재인 울, 캐시미어, 스웨이드 등을 썼다. 모피 디테일을 사용해 럭셔리한 느낌을 낸 컬렉션도 눈여겨보자. 루이뷔통의 동물 프린트 스웨터처럼 동물을 패턴으로 한 프린트 역시 이 테마의 핵심 아이템으로 활용된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