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을 넘어서 ‘韓日의 詩’들이 얼싸안고 피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 양국 시인 70명 대표시 140편, 대역한 시집 ‘바다꽃이 피었습니다’ 출간

일본 나고야에서 발간되는 시 문예지 ‘우주시인’의 무라사키 게이코 부대표. 나고야=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일본 나고야에서 발간되는 시 문예지 ‘우주시인’의 무라사키 게이코 부대표. 나고야=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한일 양국의 시인들이 대한해협 바다에 시로 만든 꽃을 틔웠다. 양국 시인 70명(각 35명)의 대표 시 140편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대역(對譯)한 시선집 ‘바다꽃이 피었습니다(도서출판 해성)’ 얘기다. 과거에도 한국 시를 일본어로, 일본 시를 한국어로 번역한 시선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어와 일본어를 병기한 대역시선집은 이 책이 처음이다.

‘바다꽃이…’가 만들어지기까지 시 번역을 맡았던 한성례 시인(49)과 일본 측 파트너였던 일본 시문예지 ‘우주시인(宇宙詩人)’의 부대표 무라사키 게이코(紫圭子·66) 시인을 서울과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각각 만났다. 인터뷰 장소는 다르지만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대역시선집을 펴낸 계기는….

▽한성례=2010년부터 부산 지역 시인과 나고야에서 출간되는 시 문예지 ‘우주시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본 시인이 양국을 오가며 시 낭송회 등 교류를 해 왔다. 일문학을 전공해 그때마다 낭송용 시를 번역했는데 일회성 번역에 그치지 않고 시선집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라사키 게이코=먼저 ‘우주시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야겠다. 1995년 나고야에서 창간된 시 문예지로 일본 시는 물론이고 프랑스 시와 한국 시도 번역해 소개해 왔다. 그러던 중 고은 정호승 등 한국 시인의 시를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해 온 한성례 시인이 대역시선집 출간 의사를 타전해 와 화답했다.

최근 출간된 한일 대역시선집 ‘바다꽃이 피었습니다’의 번역을 맡은 한성례 시인.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근 출간된 한일 대역시선집 ‘바다꽃이 피었습니다’의 번역을 맡은 한성례 시인.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시선집에 실릴 시를 선정한 기준은….

▽무라사키=절반은 부산과 나고야 지역 시인이고 나머지는 양국에서 전국적 지명도 있는 시인의 대표시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하세가와 류세이(長谷川龍生)나 쓰지이 다카시(십井喬) 같은 저명한 시인의 대표시를 두 편씩 받았다.

▽한=양국 시단의 대표성을 갖춘 시선집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고은 김명인 문정희 손택수 정호승 시인이 흔쾌히 시를 내주셨다. 번역을 해도 의미가 살 수 있도록 지역색이나 국가색보다는 인간 보편의 감성에 호소하는 시 중심으로 골랐다.

―양국 관계가 경색된 시점에 책이 나왔다. 시선집 출간의 의미가 있다면….

▽한=양국 관계가 삐걱댈수록 예술가들이 더 활발히 교류해야 한다. 제 잇속 챙기기 바쁜 정치인이 양국 관계를 과거로 되돌리려 할수록 시인들은 끈질기게 교류해야 한다. 이번 시선집 출간도 그런 교류의 연장선상에 있다.

▽무라사키=일본인들이 한국 시의 아름다움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나 역시 이번 시선집에 실린 문정희 시인의 시를 감명 깊게 읽었다. 한국에서 시선집 280여 부를 일본에 보내줬는데, 이 중 100부를 일본 각지의 공립도서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무라사키=다음 달 8일 나고야에서 한국 시인이 참석하는 한일 시인 교류행사가 예정돼 있다. 시 낭송회도 갖고 이번 시선집 출간을 자축하는 기념식도 조촐히 열려고 한다.

▽한=우주시인 대표로 양국 시인 교류에 힘쓴 스즈키 고(鈴木孝) 전 나고야예술대 교수(불문학)가 최근 지병으로 별세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교류행사 때 한국 시인들의 애도를 전하고 양국 시인의 교류를 확대할 방안을 일본 시인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나고야=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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