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이 20세기 여자들을 위한 최고의 발명품 중의 하나라는 걸 감히 부인하진 못하겠다. 피부 표현에 있어 ‘태생적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비밀 병기가 확실하니까.
가을은 파운데이션의 계절이다. 바캉스의 흔적을 감추고, 성숙한 여인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여자들은 다시 화장대 앞에 앉는다. 불타는 가을 노을처럼 붉은 립스틱이 유행하는 올가을에는 특히 파운데이션의 마력이 필요하다. 입술을 보다 선명하고 깔끔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선 피부 표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가을엔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투명하지만 완벽한 피부 표현’이 트렌드다. 세계 250여 개 이상의 패션쇼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 맥은 ‘플라스틱 피부’를 올가을 피부 표현의 키워드로 꼽았다. 플라스틱처럼 보일 정도로 매끈하고 윤기 나는 촉촉한 피부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맥 관계자는 “반짝반짝 빛나는 피부가 반짝이는 재질의 의상과 액세서리, 네일 아트 등이 주류로 떠오른 패션계의 흐름과도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피부 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윤기를 내는 ‘결광’ 트렌드도 ‘플라스틱 피부’와 맞닿아 있다. 에스쁘아는 “얼굴선을 따라 막힘없이 흐르는 결광을 뜻하는 ‘글로 플로(glow flow)’가 피부 메이크업의 새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파운데이션을 살짝만 사용하면서도 피부 결점을 최대한 감춰야 하는 딜레마는 여성들을 망설이게 한다. 이런 여성들을 위해 뷰티 브랜드들이 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올가을, 여성들의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될 신상 파운데이션 보따리 속에는 다양한 제형의 제품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마니아층을 두루 거느리고 있는 바비브라운은 ‘루미너스 모이스처라이징 트리트먼트 파운데이션’(30mL·7만5000원)을 신제품으로 선보였다. 피부 자체의 윤기를 돋보이게 하고, 촉촉하게 피부를 감싸 준다고 해서 ‘힐링 글로 파우데이션’이라는 별명도 붙였다. 크리니크의 ‘포어 리파이닝 솔루션 인스턴트 퍼펙팅 메이크업’(30mL·4만7000원대)은 모공이 넓거나 피부가 복합성인 여성들에게 제격이다. 헤라의 ‘소프트 레이어 파운데이션’(30mL·4만8000원)은 여러 번 덧발라도 뭉치지 않아 섬세한 메이크업 연출을 도와준다.
맥은 공기처럼 가볍고 밀착력이 좋은 ‘미네랄라이즈 모이스처 SPF15 파운데이션’(30mL·5만2000원)을 내놨다. 미네랄 성분이 하루 종일 피부에 영양과 수분을 공급한다고 설명한다.
이동이 잦은 ‘노마드족’을 위해 콤팩트 파운데이션 개발이 늘어난 점도 돋보인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마에스트로 퓨전 메이크업 콤팩트 SPF29/PA+++’(9g·9만4000원)에는 체온에 녹아 자연스럽게 피부에 밀착되는 특수 성분이 함유돼 있다. 샤넬의 ’비타뤼미에르 콤팩트 두쉐르 SPF10’(10g·8만 원)은 부드러운 크림 타입 파운데이션과 가벼운 파우더의 장점만 모은 콤팩트형 파운데이션이다.
패키지만 봐도 공주가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안나수이의 ‘파우더 파운데이션’(12g·5만9000원)과 코스메 데코르테의 ‘AQMW 엘레강트 블렌드 파운데이션’(11g·11만7000원)도 주근깨, 기미, 모공을 신속하게 커버해주는 콤팩트 타입으로 나왔다.
에스쁘아는 크림 타입 콤팩트 파운데이션 ‘페이스 슬립 하이드레이팅 콤팩트 이노베이티드’(10g·3만8000원)를 내놓으면서 ‘결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울도 제작했다. 거울을 보고 턱을 30도 위로 치켜든 뒤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면 얼굴의 ‘글로 플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브랜드들은 쿠션 타입 파운데이션의 성능을 차근차근 진일보시키고 있다. 라네즈는 미백 및 자외선차단 효과가 있는 ‘BB쿠션’(15g·리필포함·3만7000원)을, 에뛰드하우스는 진주층 미네랄 파우더 성분이 피부를 더욱 맑게 가꿔주는 ‘진주알 맑은 애니쿠션 SPF50+ PA++’(15g·리필포함·1만8000원)를 각각 선보였다.
▼촉촉 보송 매끈… 감쪽같이 커버해줘 더 든든한 나의 ‘베프’▼
[HOT TEST] 여기자 3인의 파운데이션 신상 체험 평가
《A style 기자들이 가을 신상품 파운데이션 중 3개 제품을 약 4주간 집중적으로 사용해봤다. 이번 기자 체험단에는 2011년 미스코리아 인천 선인 황수현 기자가 가세했다. 대한민국 공식 미녀, 황 기자와 피부에 대한 관심만은 미스코리아 못지않은 두 여기자가 ‘신상’ 파운데이션들의 요모조모를 살펴봤다.》
이 제품을 써봤어요
슈에무라 ‘더 라이트벌브’(27mL·6만9000원)=덧바르는 정도와 터치에 따라 커버력과 광채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특수 스펀지인 ‘마스터 스펀지’도 함께 판매된다. 9가지 색상 중 기자들은 584번 ‘페어 샌드’를 체험했다.
시세이도 ‘쉬어 앤드 퍼펙트 파운데이션’(30mL·6만2000원)=여드름과 다크서클 등으로 울긋불긋해진 피부를 효과적으로 보완해준다. 빛에 노출되면 미세하게 반사되는 파우더가 함유돼 자연스러운 광채를 낸다. 기자들은 6가지 색상 중 100번 ‘베리 라이트 아이보리’를 체험했다.
아모레퍼시픽 ‘트리트먼트 컬러 컨트롤(CC) 쿠션’(30g·6만5000원)=올 초 첫선을 보였을 때 2주 만에 ‘품절 사태’를 빚은 제품.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더 화사하고 커버력 있는 피부로 가꿔주는 100호 컬러를 최근 새롭게 선보였다. 체험 제품은 신상품인 100호.
여기자의 평소 화장
김현진=아무리 입소문 난 BB크림도 파운데이션만큼 완벽하진 못했다. 20대 초반엔 여드름 자국을 가리느라, 30대 중반인 지금은 기미·주근깨를 가리느라 파운데이션을 화장대 위 필수품으로 모시고 산다. 아침 시간을 ‘나노’ 단위로 쪼개 써야 하는 워킹맘인 데다 성격도 급한 탓에 모공 표면을 하나하나 보듬어 바르는 정성을 쏟지는 못한다. 주로 리퀴드 타입의 파운데이션을 콩알 두 알 크기 정도 얼굴에 골고루 펴 바른다. 체온에 녹아 얼굴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장점 때문에 손으로 직접 바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김현수=첫째도 커버, 둘째도 커버, 셋째도 커버…. 서른 넘어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적(敵), 기미 잡티를 어떻게든 잘 커버하는 게 파운데이션을 선택하는 제1 조건이다. 처음에는 커버력 좋기로 소문난 E사의 파운데이션을 쓰다 무거운 느낌이 들어 ‘BB크림+컨실러’로 이중 무장을 해왔다. 하지만 커버해야 할 영역이 점점 넓어지다 보니 컨실러 사용 범위가 커지고, 자칫 1990년대 화장처럼 보이기 일쑤였다. 얼굴만 하얀, 둥둥 뜬 느낌의 화장이 완성될 때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황수현=잡티나 트러블은 없지만 피부가 매우 건조한 편이다. 파운데이션을 바른 뒤 얼굴이 땅기고 각질이 일어나는 게 최대 고민이었다. 그래서 수분 함량이 높은 액체 타입의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선호한다. 로션처럼 촉촉하게 발려 화장이 들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제품은 상대적으로 지속성과 커버력이 떨어지기 쉽다. 이럴 때는 컨실러를 활용해 어둡고 칙칙한 부위를 커버했다.
여기자의 별별 평가
김현진=‘완벽하지만 자연스러운 커버력.’ 올가을 피부 표현 트렌드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는지에 방점을 두고 평가했다. 슈에무라와 시세이도는 같은 리퀴드 타입이지만 점성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손으로 만져봤을 때 시세이도가 조금 더 묽었고, 그만큼 피부에 쓱쓱 잘 발렸다. 슈에무라 제품은 장인이 ‘하나하나’ 깎아 만들었다는 스펀지가 ‘물건’이었다. 이 스폰지를 얼마나 많이, 어느 부위에 문지르는지에 따라 파운데이션을 바른 효과가 크게 차이가 났다. 일반적인 스펀지는 파운데이션을 모두 머금어버려 피부에 제대로 칠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슈에무라 스펀지는 이런 단점이 보완된 듯했다.
아모레퍼시픽 제품은 아무래도 이 제품 하나만 바르기에는 커버력 측면에서 좀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BB크림보다는 격식 있게, 하지만 파운데이션보다는 가볍게 화장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추천할 만했다. 아침 화장용으로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오후 화장 수정용으로는 제격이었다. 압축된 분말형의 프레스트 파우더를 휴대하고 다니다 어느새 이 제품으로 갈아타게 됐다.
김현수=가장 큰 관심사인 커버력과 가벼운 정도를 중심으로 집중 비교 분석을 해봤다. 커버력이 좋아도 밀착력이 떨어지고 무거우면 1990년대 여배우 화장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바르는 양에 비해 커버력이 좋은 것은 슈에무라>시세이도>아모레퍼시픽 순이었다.
슈에무라 파운데이션은 무겁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라이트벌브’ 제품은 그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BB크림보다 훨씬 얇게 발리는 점도 좋았다. 신제품 론칭 행사에서 회사 측이 왜 “대표 파운데이션 라인으로 키울 것”이라고 장담했는지 알 만했다. 두 번 정도 살짝 펌핑한 양으로도 커버가 잘돼 컨실러를 많이 쓸 필요가 없었다. 함께 파는 전용 스펀지는 효과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솜방망이처럼 생긴 스펀지 아랫부분으로 굴리듯 얇게 펴 바르고, 뾰족한 윗부분으로 광채를 조절하니 자연스럽게 커버가 됐다.
시세이도 제품은 케이스만 봤을 때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덜했다. 하지만 제품력은 좋았다. 파운데이션의 기본 조건인 커버력, 그리고 얇게 발리는 능력을 겸비했다. 특히 덧발라도 뭉치지 않아 넓은 영역의 잡티를 커버하기에 좋았다.
아모레퍼시픽 트리트먼트 파운데이션은 커버력 면에서 아쉬웠다. 여러 번 덧발라야 커버력이 빛을 발하는데 그만큼 화장이 두꺼워지는 게 단점이었다.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아 선크림을 바를 필요가 없는 것은 장점. 잡티가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제품.
황수현=촉촉함과 보송보송한 정도를 중심으로 집중 비교 분석을 해봤다. 아무리 촉촉해도 유분기가 많아 번들거리면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파운데이션을 발랐을 때 피부에 윤기를 주면서도, 제품이 쉽게 묻어나지 않는 정도는 슈에무라>아모레퍼시픽>시세이도 순이었다.
슈에무라 파운데이션은 촉촉하면서도 보송보송한 파운데이션이었다. 덧바르는 정도와 두드리는 횟수에 따라 커버력과 광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커버력도 좋았다. 특히 눈 밑의 다크서클이나 코 주변의 모공은 스펀지의 뾰족한 부분을 이용해 제품을 두세 번 덧바르면 끝.
아모레퍼시픽 제품은 바르는 동시에 피부가 화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즉각적인 수분 공급은 하루 종일 촉촉한 피부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특유의 향도 은은하고 좋았다. 전체적으로 피부에 가볍고 매끈하게 발려 자연스럽고 건강한 피부 연출을 도와줬고 휴대하기도 편리했다. 잡티나 트러블은 없지만 피부가 건조한 사람들에게는 딱 맞는 제품이다.
시세이도 제품은 무엇보다 잘 발려서 좋았다. 슈에무라나 아모레퍼시픽 제품보다는 상대적으로 가장 보송보송하게 마무리되는 편이어서 피부가 건성인 사람들은 화장 후 건조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커버력도 좋고 유분감이 거의 없어 지성 피부에 잡티가 많아 고민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정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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