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는 흰색 셔츠가 인기를 얻었다. 유명 연예인들도 흰색 셔츠를 입고 공항에 자주 나타났고 거리에서도 흰색 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흰색과 잘 어울리는 색 혹은 흰색과 함께 입었을 때 효과적인 색 중 하나는 검은색이다. 이른바 ‘블랙 앤드 화이트’ 스타일은 시간과 장소,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무채색이 주는 ‘시크함’이 있다.
흰색과 검은색의 조합은 다소 지루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봄여름 시즌의 여러 패션쇼에는 무늬와 디자인의 변형을 통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 스타일을 과감하고 화려하게 연출한 옷이 많이 등장했다. 과감함이 지나쳐 때로는 ‘일탈’로 느껴질 정도였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패션의 변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었다.
‘지방시’ 브랜드는 비스듬히 경사진(오블리크) 스타일로 흰색과 검은색을 표현했고 ‘마크 제이콥스’는 수직 사선 모양(버티컬 스트라이프)으로 역동성을 나타냈다. ‘루이뷔통’과 프랑스 여성 브랜드 ‘발맹’은 도형이 반복되거나 대칭되는 형태(옵티컬 패턴)로 발랄함과 경쾌함을 강조했다. 또 동물 형태의 무늬를 이용해 흰색과 검은색을 화려하게 나타내기도 했다.
내년 패션을 보여 주는 ‘2014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블랙 앤드 화이트’ 스타일은 더욱 풍성하고 광택감 있게 표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와 비교하면 좀 더 당당하고 화려해진 것이 특징. 검은색에 은빛을 넣어 표현한 발맹은 검은색을 어둡지 않고 빛나는 색, 미래적인 색으로 표현했다. 선명한 검은색 재킷도 광택감을 넣은 검은색으로 표현하거나 금색을 섞어 풍성함과 화려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 브랜드 ‘버버리프로섬’은 트렌치코트에 검은색의 작은 하트무늬를 사용했고 코트의 견장과 소매, 어깨에서 가슴까지 붙여진 천(건플랩)에 동물 형태 무늬를 넣어 전체적으로 파격적인 느낌이 나도록 했다. 동물 형태의 무늬와 줄무늬를 섞은 부분에서는 유쾌한 감정이 느껴진다.
지방시는 특이한 조합을 통해 검은색을 재조명했다. 가죽과 벨벳 등 촉감과 재질이 다른 소재를 함께 사용해 검은색의 ‘다양함’을 느끼도록 했다. 한가지 색을 여러 톤으로 사용한 이른바 ‘카마이외’ 효과를 나타내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디자이너 이브생 로랑은 생전에 ‘사랑하는 남자만큼이나 여자를 빛낼 수 있는 것’으로 검은색을 꼽았다. 검은색은 이렇게 특유의 매력이 있다. 검은색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유행에 민감하고 고지식하면서도 ‘야한’ 색이다. 어떠한 색과 어울려도 빛날 만큼 강렬한 색이다. 이번 가을, 나만의 ‘블랙’을 발견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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