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18세’를 넘기지 못하고 화면에서 사라져가는 아역들이 있다. 하지만 여진구(17)는 예외다. 조인성, 신하균, 김수현 등 쟁쟁한 남자 배우들의 아역을 도맡으며 ‘미래가 기대되는 아역’으로 주목 받더니 어느 샌가 반듯한 청년의 모습으로 스크린 앞에 불쑥 모습을 나타냈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제작 발표회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여진구에게서 짐승의 향기가 났다.
‘화이’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들 손에서 과거를 모르고 자라난 소년, 화이가 범죄현장에서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겪는 혼란과 갈등을 다룬다. 잔혹한 범죄자들 사이에서 괴물이 되기를 강요 받는 화이를 주축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만큼, 주인공 ‘화이’는 액션뿐 아니라 깊은 감정선까지 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다.
장준환 감독은 화이 역으로 여진구를 캐스팅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말한다. 그는 여진구를 “아역 배우 출신임에도 틀에 박힌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無)에서 있는 그대로를 이끌어 내는 순수함을 가진 연기자”라 평가했다.
이에 여진구는 “처음에는 쟁쟁한 선배님들과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화이 역을 제외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역할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훗날 윤석 선배님이 연기하신 냉혹한 아버지 석태 역할과 따뜻하고 포근한 아버지 기태(조진웅 분)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다섯 아버지들 중 본래 성격과 영화 중 성격이 반대인 아빠와 비슷한 아빠를 고르라는 질문에는 각각 김윤석과 조진웅을 꼽았다. 그는 김윤석에 대해 “영화에서는 제가 유일하게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무섭고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실제 김윤석 선배님은 자상하신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어리숙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화이를 감싸 안는 기태역의 조진웅은 “장난도 거시고 푸근해 실제 아빠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화이가 괴물이 되길 원하는 5명의 범죄자 아빠들과 괴물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아들 화이의 위태로운 갈등을 그린 영화 ‘화이’는 오는 10월 개봉한다.
글 • 한동민 <우먼 동아일보 http://thewoman.donga.com 인턴 에디터> 사진 • 박해윤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기자>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wdcul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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