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테너의 별 ‘마법의 가성’으로 가을날 수놓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 안드레아스 숄 23일 내한 콘서트

안드레아스 숄은 2000년 ‘새야새야’ ‘아리랑’이 들어간 음반을 낸 적이 있다. 그는 “이번 무대의 레퍼토리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아리랑에는 고요하고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면서 “한국어 발음을 배우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그 멜로디가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안드레아스 숄은 2000년 ‘새야새야’ ‘아리랑’이 들어간 음반을 낸 적이 있다. 그는 “이번 무대의 레퍼토리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아리랑에는 고요하고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면서 “한국어 발음을 배우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그 멜로디가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카운터테너로 이뤄진 산이 있다면 그 정상에는 독일 안드레아스 숄(46)이 서 있을 것이다.

카운터테너는 알토나 그보다 높은 음역을 팔세토(가성)로 노래하는 남성 성악가. 훈련을 통해 흉부를 최대한 울리지 않게 하면서 두성으로 높은 음을 소화하는 기량을 익혀야 카운터테너가 될 수 있다. 영화 ‘파리넬리’에서처럼 거세를 해 변성기를 거치지 않게 만드는 바로크 시대의 ‘카스트라토’와는 다르다.

바로크와 그 이전 시대 노래를 주로 부르는 카운터테너들이 대부분 대중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지만 숄은 바로크 시대 종교음악과 오페라뿐 아니라 크로스오버까지 과감히 시도하며 카운터테너로 20년 가까이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숄은 또 다른 면모를 선사한다. 바로크나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하이든 슈베르트 브람스 모차르트의 독일 가곡으로 무대에 선다. 5만∼9만 원. 02-541-3183

숄을 e메일로 미리 만났다. 숄은 지금은 바로크 음악 지휘자로 명성이 높은 르네 야콥스의 대타로 1993년 무대에 올라 큰 호평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 뒤 그가 직접 작곡한 ‘백합처럼 하얀’이라는 곡으로 단숨에 스타 성악가로 떠올랐다.

“야콥스의 대타로 무대에 섰을 때 내게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어요. 당시 난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압박 없이 자유롭게 노래했죠. 이것이 지금도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한 독일 축구감독은 ‘경기가 끝난 것은 또 다른 경기의 시작 전’이라고 했는데 성악가들도 똑같아요. 공연 뒤 자화자찬에 취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카운터테너는 가성으로 노래하다 보니 성량이 작고 표현이 단조로운 면이 있다. 그래서 많은 카운터테너들이 소프라노처럼 고음을 뽐내려고 한다. 하지만 숄은 흔치 않은 목소리와 기교를 과시하기보다는 그 목소리를 음악과 어떻게 어우러지게 할지 고민한다.

“카운터테너는 테너나 바리톤의 목소리보다 당연히 힘이 약하지요. 하지만 음악적인 표현은 데시벨로 측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테크닉이 뛰어난 카운터테너는 대편성 오케스트라 반주로 노래하는 테너보다 훨씬 세밀한 감정으로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색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는 이번 무대와 관련해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주요 레퍼토리는 모두 해봤다. 고음악이 지겨워서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슈베르트 모차르트 하이든 브람스의 여러 악보를 펼쳐놓고 아내와 각 곡마다 별점을 매겼어요. 이야기나 선율이 마음을 움직이는 곡을 느낌이 이끄는 대로 골랐지요. 노래를 부를 때 나는 누구인지, 누구를 향해 이야기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한 뒤 그 작품에 맞는 목소리를 찾습니다.”

그는 어린 소녀와 사신(死神)의 대화를 그린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에서 소녀는 카운터테너의 목소리로, 사신은 바리톤으로 노래하며 이중창의 효과를 낸다. “‘죽음과 소녀’에서 사신과 소녀라는 두 캐릭터가 각자의 음성으로 말하는데 내 목소리라는 도구를 이 노래의 주제를 표현하는 데 어떻게 사용할지 고심했습니다. 해석은 작곡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끌어내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두 개의 목소리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의 아내인 이스라엘 태생의 피아니스트 타마르 할페린이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일상과 무대에서 서로 편안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그가 자랑한다. “‘소프라노스’(미국 드라마) 완결판 박스 세트를 선물 받았는데, 같이 한두 개 에피소드를 매일 밤 본 뒤 스튜디오로 가서 슈베르트를 몇 곡 불러요. 따로 약속 시간을 잡기보다는 타마르가 ‘브람스 몇 곡 해볼까?’ 하면 같이 연습하는 식이죠. 이런 방식이 굉장히 영감을 주고 음악 작업을 더 즐겁게 해줍니다. 결혼이 주는 안정감이 나를 더 나은 성악가가 되도록 도와줍니다.”

10대 시절 록밴드에서 노래하기도 했던 그는 요즘 이스라엘 뮤지션 이단 라이헬과 일렉트로닉 팝의 전설 OMD의 새 음반 ‘잉글리시 일렉트릭’에 푹 빠져 있다고 전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안드레아스 숄#카운터테너#가성#독일 가곡#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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