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철판과 함께 나누는 맑고 담백한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조각가 최인수 전

최인수의 ‘들고, 나고’는 흙덩이를 대지 위에 굴린 흔적이 담겨 있다. 갤러리 시몬 제공
최인수의 ‘들고, 나고’는 흙덩이를 대지 위에 굴린 흔적이 담겨 있다. 갤러리 시몬 제공
그의 작품은 맑고 담백하다.

흙덩이를 대지 위에 굴려 기둥 형태로 만든 뒤 이를 하얀 석고로 떠낸 작품 ‘들고, 나고’가 바닥에 놓여 있다. 흙이 굴러다닌 공간과 시간을 기억하는 작품이 최소한의 개입으로 탄생한 것이다. 붓자국 없는 드로잉 ‘씨앗은 자란다 느리고 빠르게’도 인위적 개입은 절제돼 있다. 그는 종이와 물감이 만나 서로에게 길을 내주는 과정을 도왔을 뿐이다.

조각가 최인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흙과 철판이 작가의 몸과 대화하는 과정을 조형적 결과물로 드러낸다. 그의 개인전이 서울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서 10월 11일까지 열린다. 철판이 각기 다른 각도와 기울기로 상대에게 기대어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신작 ‘장소가 되다’, 흙을 야구공 크기로 뭉쳐 놓은 작품도 선보였다.

작가는 “흙을 손에서 굴리든 바닥에서 굴리든 내 작업에는 손의 크기와 지문 등 모든 과정이 그대로 남는다”고 말한다. 몸과 정신의 흔적을 지극히 단순하게 표현한 작품들은 덤덤한 듯 섬세하고 따스한 인간의 온기를 품고 있다. 동덕여대 심상용 교수는 “과장, 허풍, 체하기, 과도함, 연출, 수위조절은 최인수의 세계와 무관하다. 그가 만든 것은 수평적이고 평화로우며 개방적인 상호성의 산물들이다”라고 풀이했다. 02-549-303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최인수#흙#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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