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철저하게 실용적 상품성 중시
‘거시기, 머시기’한 작품들… 11월 3일까지 전시
어린이집 인테리어, 텃밭 디자인, 광주 맛집 테이블 세팅….
메뉴만 봐도 6일 개막한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목표를 알 수 있다. 5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는 철저히 상품성을 겨냥했다. ‘예술이 질문이면 디자인은 답이다’라는 이번 행사의 총감독인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이사의 평소 신념이기도 하다. ‘圖可圖非常圖(도가도비상도·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道可道非常道’를 패러디해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쓴 표현)’를 주제로 ‘제품 없는 디자인’을 추구했던 관념적인 2011년 행사와는 정반대다.
그래서 “쉽고 재밌다” “의미 있는 문제 제기 대신 대형마트를 전시장에 들여놓았다”는 엇갈리는 평가가 나온다. ‘거시기, 머시기(anything. something·以心傳心·이심전심)’를 주제로 11월 3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 가장 ‘머시기’한 볼거리 네 가지를 소개한다.
▽주제관 ‘Old & New’=짚으로 엮은 계란꾸러미, 대나무로 짠 소쿠리, 엿장수 가위 등 한국의 ‘옛것’에서 독창적인 미의식을 새롭게 읽어 내는 전시다. 예를 들어 짚으로 만든 계란꾸러미는 형태와 구조를 노출시킨 아름다움, 내용물을 보호하는 기능성, 내용물을 알려주는 정보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포장문화다. 64개 전통 사물을 다룬 이어령 씨의 저서 ‘우리문화박물지’를 바탕으로 했다. ‘거시기’한 일상에서 재발견한 ‘머시기’의 전형을 보여 준다.
▽예술이 된 의자=시각적으로 가장 호사스러운 전시다. 특히 입식 문화권인 중국 작가들의 의자가 인상적이다. 숟가락, 말안장, 치파오 등 전통적 요소를 활용한 작품과 스테인리스강을 소재로 도시의 빌딩과 시소 모양을 형상화한 모던 디자인이 공존한다. 한국 작가들이 대나무의 유연성을 활용해 만든 의자도 눈길을 끈다. 서구 작가들은 페트병의 플라스틱 뚜껑을 알뜰히 모아 엮거나 수평으로 얇게 자른 알루미늄을 켜켜이 쌓아 놓은 듯한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이너의 택시운전사 유니폼=장광효 우영미 간호섭 고태용 최지형 등 유명 남성복 디자이너 5명이 광주 택시운전사들의 계절별 유니폼을 제작했다. 우영미 솔리드옴므 대표는 바람이 잘 통하는 흰색 리넨 셔츠에 통 넓은 인디고 블루 반바지를 받쳐 입는 하복을 제안했다. 고태용 비욘드 클로젯 실장의 춘추복은 체크무늬 셔츠에 서스펜더(멜빵) 모양의 무늬를 넣어 클래식한 느낌이 난다. 광주시는 관람객들의 투표 결과 1위 작품을 정식 유니폼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쇼핑백 같은 쓰레기봉투=도심에 버려지는 쓰레기봉투는 도시 경관을 해치는 흉물. 하지만 조선대 유니버설패키지디자인센터가 광주의 5개 구를 위해 제작한 쓰레기봉투를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남구용 봉투는 흰색 나무 울타리에 초록이 무성하고, 광산구 디자인은 기차 승객들의 다양한 표정이 경쾌하다. 배트맨과 악동들의 험악한 얼굴 표정이 재미있는 동구 봉투, 봉투끼리 모아 놓으면 커다란 코끼리 모양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북구의 업소용 대용량 봉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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