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女주인공 리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사랑에 빠져 은행털이 된 철부지役… 운명적인 캐릭터 만나 너무 신나요”

1930년대 미국에서 연인 클라이드와 함께 강도 살인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사살된 보니 파커 역을 맡은 리사. 그는 “삶의 경험을 꾸밈없이 담아내는 노래를 꾸준히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30년대 미국에서 연인 클라이드와 함께 강도 살인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사살된 보니 파커 역을 맡은 리사. 그는 “삶의 경험을 꾸밈없이 담아내는 노래를 꾸준히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4일 개막한 ‘보니 앤 클라이드’는 한국에서 유난히 사랑받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에 대한 과대평가에 의혹을 더하는 뮤지컬이다. 주제 멜로디가 불분명하게 흩뿌려진 연주가 파멸로 폭주하는 두 주인공의 운명만큼 공허하다.

작품을 구원하는 것은 주인공 보니(리사)와 클라이드(한지상), 조연 테드(김법래)의 연기와 노래다. 보니가 양껏 뛰놀듯 내놓는 소리를 클라이드의 리듬이 감싸고, 두 범죄자의 듀엣을 경찰 테드가 탁월한 중저음으로 뒤쫓아 받쳐낸다.

특히 순진무구한 시골 처녀가 대담무쌍한 은행털이범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어색함 없이 연기해내는 리사(정희선·33)의 집중력이 돋보인다. 10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리사는 “선 굵은 기본 이미지 위에서 큰 폭의 내면 변화가 가능한 역할이다. 지금까지 맡아본 어떤 캐릭터보다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 스무 살 여자가 사랑에 빠져 꿈과 가치관을 수정해 가죠. 사랑하는 남자의 삶에 맞춰서. 막바지에는 ‘당신을 만났으니 죽어도 괜찮아’라고 노래할 만큼 강인해져요. 나 자신의 여러 모습을 찾아내 드러낼 수 있는, 고마운 역할입니다. 가능한 나이까지 계속 맡고 싶어요.”

―그게 몇 살까지일까요.

“마흔 넘어서 할 수는 없겠죠. 번갈아 출연하는 (안)유진 언니가 서른여섯인데 괜찮으니까…. 아 모르겠다. 하하. 피부 관리 열심히 할게요.”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마음…. 진심으로 몰입이 가능한지.

“물론 지금 실제로 그렇게는 잘 안 되겠죠. 세상을 알아서인지…. 그래도 보니만 한 나이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스무 살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 아닐까요. 사람 죽이거나 돈 훔치라면 곤란하겠지만.”

―보니처럼 원래 품었던 꿈과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경험이 있는지.

“10년 딱 됐네요. 열심히 준비해 2003년에 가수로 데뷔했죠. 3집 앨범까지 냈지만 기대한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로웠어요. ‘이 정도면 더 사랑받을 수 있지 않나? 내가 쟤보다는 나은데….’ 어렸죠.”

―지난해 9월 ‘나는 가수다’에도 나왔는데….

“한 회 출연하고 탈락했어요. 가진 것의 90% 정도는 한 것 같은데. 하지만 제 목소리를 사랑해요. 전에 어떤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술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너무 재미없게 사니까 목소리에 끈적끈적한 깊이가 없는 거야.’ 깊이를 얻기 위해 일부러 나 자신을 태워내 봐야 할까…. 그렇게 얻은 목소리. 내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관객은 그런 ‘깊이’에 환호하잖아요.

“고음을 내지르거나 기교를 부리는 방법도 있죠. 이번에도 고민은 했어요. 마지막 노래 끝 부분 음을 더 올릴까 말까. 이번에는 작정하고 내려놨어요. 판단은 관객의 몫이겠죠.”

―키스와 베드 신이 잦은 데다 속옷만 입고 등장하는 장면도 있는데…. 고민은 없었나요.

“아주 잠깐. 이왕 할 거면 잘 해야겠다 싶어서 살 더 빼고 복근 열심히 만들었죠. 고속터미널 지하에서 무대의상 팬티 고르고 있는데 알아보는 분이 계셔서 좀 민망하긴 했어요. 스타가 되고 싶으냐고요? ‘정말 유명한 사람은 팬티 한 장 편히 못 사겠구나’ 싶던데요. 제가 추구하는 중심이 담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무대를 꾸준히 만날 수 있기만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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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반 멘첼 작. 왕용범 연출. 엄기준 키 박형식 다나 이정열 김민종 주아 출연. 10월 27일까지. 6만∼12만 원. 1588-0688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보니 앤 클라이드#보니#클라이드#테드#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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