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AFE]‘멸치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펴낸 황선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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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2일 17시 44분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펴낸 황선도 박사

궁금증 하나. 참 궁금했다, 뱀장어는 왜 회로 먹지 않은지를. 회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호기심에 한 입 먹어 볼까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장어집 주인장에게 슬쩍 물어봤다가 “마, 비싼 장어 드시면서 신소리 하지 마이소. 장어는 복숭아하고만 안 먹으면 됩니데이~”하는 핀잔만 들었다. 대부분 흰 살 어류는 회로 많이 먹는다. 그런데 왜 ‘천연 보양식’ 뱀장어는 회로 먹지 않을까. 그 까닭은 이렇단다. “뱀장어의 피에는 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이 있어 이 독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독이 인체에 들어가면 중독증상을 일으켜 결막염이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열을 가하면 이런 독성이 없어진다.” ‘아하!’ 라는 탄성과 함께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궁금증 둘. 요즘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면 전어의 계절이 왔다는 신호다. 그런데 정말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일까? 일리가 있는 말이란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어의 성분을 분석해 보니, 다른 영양분은 계절에 따라 별 차이가 없으나 가을이 되면 유독 지방 성분이 최고 3배 정도 높아졌다. ‘깨가 서 말’이라는 속설이 과학적으로 뒷받침된 것이다.

밥상에서, 횟집 술자리에서, 바닷가에서 만나는 바다 생선. 입에 넣을 줄만 알았지 머리 속에 넣는 덴 인색했다. 그래서 반가웠다, 우리나라 바닷물고기를 다룬 교양서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황선도 지음 l 부키펴냄)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책을 집필한 황선도 씨는 30년간 우리 바다에 사는 어류를 연구해 온 ‘물고기 박사’다. 어릴 때 꿈은 탐험가였지만 바다 구경 한번 못해 본 육지 촌놈이 해양학과에 진학하게 되면서 ‘바다에 풍덩’ 빠졌다. ‘고등어’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국가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바닷가로 일곱 번이나 이사를 다닌 이력도 있다. 그런 그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수산물 정보의 오류가 많고 인터넷 정보 또한 틀린 게 많아 직접 손을 걷어 올렸다. “해양수산과학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정확한 사실을 알려 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기 때문 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먼저 월별로 우리나라 제철 대표 어류 16종을 선정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를테면 1월엔 명태, 4월 조기, 8월 뱀장어, 9월 갈치와 전어, 뭐 이런 식이다. 물고기의 생태는 물론 이름의 유래와 속담, 맛있게 먹는 법을 맛깔스럽게 버무렸다. 여기에 자신이 조사현장에서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아 그 맛을 더했다. 그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가졌던 호기심들이 하나하나 벗겨진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들이다. ‘고등어는 왜 등이 푸른지, 그 흔했던 명태는 왜 잡히지 않는지, 자연산 복어에는 독이 있는데 왜 양식 복어엔 독이 없는지’등등이다.

자, 이젠 횟집에서 술 한 잔을 마셔도, 자반고등어를 반찬 삼아 식사 한 끼를 먹어도 ‘품위’있게 먹어보면 어떨까. 안주로 나온 ‘넙치’를 놓고 술잔 기울이며 ‘야부리’를 까보자. 넙치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전어에 대한 속담을 엮어 ‘구라’를 날리다 보면 술도 덜 취고 ‘으쓱’하는 기분도 들것이다. 그 안주감은 황 박사의 이 책 한권이면 충분하다. 끝으로 문제 하나. 멸치는 왜 그 이름이 멸치가 됐는지 아세요? 멸치 머리엔 책 제목처럼 정말 블랙박스가 있을까요?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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