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 제작진이 말하는 공통 증상 가운데 하나가 꿈이다. 담당 PD와 작가들 중에는 이미 방송된 아이템을 재촬영하거나 특정 음식을 끊임없이 먹는 꿈을 꾼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마치 오래 전 졸업 혹은 제대한 이들이 시험을 보고 군대 가는 악몽을 꾸듯.
지난해 11월 ‘먹거리 X파일’팀에 합류한 정다운 작가(32)는 꿈속에서 요리를 자주 한다. 착한 치킨을 찾으러 다닐 때는 꿈에서 여러 차례 닭을 튀겼고, 얼마 전 방영된 착한 아이스크림 편을 준비하던 시절엔 아이스크림을 자주 만들었다.
“주로 (이영돈) 상무님이 등장해서 요리를 하라고 시켜요. 최근 꿨던 꿈에서는 우유랑 피스타치오 너트를 넣고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만들었죠. 방송도 끝났는데 아이스크림 꿈을 또 꿔서 저도 놀랐다니까요.”
정 작가는 올해로 작가 생활 11년 차. KBS ‘일요스페셜’ ‘시사투나잇’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등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했건만, ‘먹거리 X파일’은 새로운 세계였다. 주로 프로 구성과 대본 작업을 전담하는 다른 프로의 메인작가들과 달리 그는 자료검색부터 취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
“먹거리 X파일팀은 PD와 작가, 메인작가와 막내작가의 경계가 없어요. 착한식당을 찾는 건 일종의 확률 싸움이거든요. 전국 방방곡곡을 많이 다닐수록 좋은 식당을 발견할 가능성도 높아지니까요.”
전복죽 한 끼를 먹으러 반나절 제주도로 출장을 다녀오고, 전라도 지역을 헤매며 매일 대여섯 그릇의 비빔밥을 먹고 다니는 나날이 이어졌다. 언제부턴가 식당에 가면 반찬을 꼼꼼히 살피고, 잔반 처리 방법을 감시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어제 점심에도 식당 반찬에서 아주 짧은 머리카락을 발견했어요. 요즘 들어 그런 거 잘 찾아내요. 후배 작가가 그러더라고요. 평소 식사만은 제발 마음 편히 하자고….”
매일 새벽 퇴근하고 아침에 출근하는 날이 계속되다 보니 연애 끊은 지도 오래됐다. 이렇게 고생하며 살아야 하나 회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를 다잡아주는 존재는 가족이다.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에 관련 검색어가 뜨면 캡처해 문자를 보내는 부모님은 ‘먹거리 X파일’의 열혈 팬.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어머니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후 식품관련 연구원으로 일하는 동생은 충실한 아이템 제보자이다. “가족이 모이면 거의 아이템 회의 수준의 대화를 나누죠.”
정 작가는 방송이 나간 직후엔 꼭 인터넷과 SNS를 통해 시청자 반응을 확인한다. 노력한 만큼 착한식당과 바른 식문화가 세상에 알려지고 좋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들 땐 뿌듯함과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요? 오랫동안 준비했던 방송을 내보낸 직후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고 잠자리로 갈 때죠. 그때만은 꿈도 안 꾸고 정말 푹 잘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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