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하면 고향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즐기는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지만, 막상 여유가 생기면 음주나 고스톱으로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다. 아이들이야 어디든 놀러가자 아우성이지만, 사람도 많고 명절이랍시고 비싸기만 해 갈 곳이 마땅찮다. 하지만 눈 밝은 사람들은 안다. 국립박물관이나 궁궐을 찾으면 공짜로 즐길 거리가 꽤 푸짐하다. TV 앞에 늘어져 핀잔 듣지 말고 100점짜리 추석을 보낼 계획을 짜 보자. ○ 박물관으로 오세요!
서울 경복궁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은 명절 때 최고의 ‘핫 플레이스(hot place)’다. 해마다 다양한 민속행사를 준비해 많은 인파가 몰린다. 올해도 18일부터 22일까지 특집프로그램 ‘추석 명절-풍요로움을 이웃과 함께 나눠요’로 관람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19일부터 3일간 오후 2시 박물관 앞마당에서는 노래자랑대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아리랑을 불러요’가 열린다. 3대 가족 4인이거나 다문화가정 가족 4인에게 참가 자격을 주는데, 아리랑이나 아리랑에 상응하는 각국 전통민요를 부르면 된다. 순위를 가려 전통시장 상품권 같은 선물을 준다.
다채로운 공연도 많다. 18일 국악그룹 ‘호연’의 타악기 공연을 시작으로 19일에는 페루음악단 ‘잉카엠파이어’의 민속음악 공연과 양주 소놀이굿, 강강술래 및 달맞이 민요 공연이 펼쳐진다. 강강술래와 비슷한 여성 군무인 ‘영덕 월월이청청’(20일)과 무언극 퍼포먼스 ‘광대들의 수다’(21일), 고성오광대 탈춤공연(22일)이 차례로 이어진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북청 사자탈 만들기’는 야외 놀이마당에서 아이들이 직접 사자탈을 만드는 데 참가할 수 있고, 탈을 쓰고 탈춤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거북놀이’는 경기 이천지역에서 전해지는 전통놀이로 대나무로 뼈대를 만들고 수수 잎을 덮어 거북을 만든 다음 지신밟기를 한다. 이 밖에 승경도놀이와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 굴렁쇠놀이도 아이들을 기다린다.
외국의 추석 문화도 경험할 수 있다. 21, 22일 볕들재 온누리방에서는 베트남의 추석 ‘쭝투’를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20, 21일 다문화 음식 판매 부스에서는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02-3704-3114
국립중앙박물관은 추석 다음 날인 20일 오후 3시부터 박물관문화재단 주최로 무료 야외공연 ‘2013 한가위한마당’을 개최한다. 올해는 김승일무용단이 전통무용 특집 ‘월야청청-풍류’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민속춤을 소개한다. 강강술래와 부채춤은 물론이고 살풀이춤과 진도북춤도 만날 수 있다. 진도북춤은 양손에 북채를 쥐고 장구를 치듯 잔가락을 많이 활용해 신명나면서도 섬세한 맛이 있다. 1544-5955
○ 궁릉으로 가세요!
문화재청은 올해 역시 궁궐과 종묘, 조선 왕릉을 추석(19일) 하루 무료로 개방한다. 18일과 20일에는 한복을 입은 관람객에 한하여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창덕궁 후원은 예외다.
서울 덕수궁에서는 19, 20일 오후 3시부터 경기민요 공연이 열린다. ‘덕수궁 가무별감, 얼씨구! 좋다! 잘한다!’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은 1시간 동안 즉조당 앞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02-751-0740
경기 구리시 동구릉(031-563-2909)과 남양주시 광릉(031-257-7105), 홍유릉(031-591-7043)에서는 18∼20일 추석을 맞이해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준비됐다.
투호나 윷놀이를 즐길 수 있고, 방문객들에게 전통차도 나눠 준다. 경기 여주군 세종대왕릉과 충남 금산군 칠백의총, 충남 아산시 현충사도 오전 9시부터 전통민속놀이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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