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계종 일부 승려의 도박 파문 이후 사실상 불출마를 약속했던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사진)이 10월 10일 치러지는 제34대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4년 임기의 총무원장은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지만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지금까지 현직 총무원장이 연임한 적은 없었다. 자승 스님은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어떠한 이유로도 변명하지 않고, (불출마)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맺은 사람이 풀고, 처음 시작한 사람이 그 끝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조계종의 새 역사를 쓴 소임자로 기억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살길을 만난다’는 뜻의 ‘절처봉생(絶處逢生)’이란 표현도 썼고,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에 앞서 자승 스님이 주도해온 종단 내 최대 모임 불교광장은 이날 임시총회에서 스님을 총무원장 후보로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로써 이번 선거는 자승 스님과 무량·무차·백상도량 ‘3자 연대’의 지지 속에 출마를 선언한 중앙종회 전 의장 보선 스님(대흥사 회주)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자 등록기간은 18∼20일이다. 금오 스님의 뜻을 잇는 금오문도회 일부의 지지를 얻어 출마의 뜻을 밝힌 전 포교원장 도영 스님, 자승 스님이 출마하면 함께 후보로 나서겠다고 공언해온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의 후보 등록 여부도 관심사다.
2009년 제33대 선거는 종단 내 계파들의 합의 추대 형식으로 진행돼 자승 스님이 91.48%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변수가 많아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자승-보선 스님 간 지지세가 비슷한 데다 일각에서는 자승 스님의 불출마 약속 번복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파란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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