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입맛은 세대와 나라에 따라 크게 다르다. 그래서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은 손에 꼽을 정도다.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는 1974년 처음 선보인 이래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엔 해외 매출도 크게 늘었다.
빙그레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인 바나나맛우유는 여러 가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가공우유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 가공 우유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평균 2000여 개 제품 가운데 줄곧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지난해 국내 주요 편의점 4곳 가운데 1곳에서 1위를, 나머지 3곳에서는 2위에 올랐다. 지난해 국내 가공 우유 제품 가운데 최초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빙그레는 2006년 지방함유량을 낮춘 ‘바나나맛 라이트’를, 지난해에는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로 맛을 더한 ‘바나나맛우유&토피넛’을 선보였다. 제품이 다양해진 덕분에 지난해 매출은 1500억 원으로 2년 전보다 50% 늘었다.
바나나맛우유는 처음 출시된 1974년부터 지금까지 50억 병이 넘게 팔렸다. 하루 평균 80만 개, 한 해 평균 2억5000만 개가 팔렸다.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5개를 마신 셈이다. 빙그레 측은 “39년 동안 장수 브랜드로 인기를 유지한 비결은 바나나맛우유의 맛과 독특한 모양의 포장 용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바나나맛우유의 포장 용기는 배가 불룩한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다른 우유 제품과 구별되는 특징 때문에 ‘단지 우유’로 불리기도 한다. 이 디자인의 유래는 바나나맛우유가 출시된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우유가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꼽히지만 당시만 해도 익숙한 식품이 아니었다. 정부가 1970년대 초부터 낙농업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우유 소비를 장려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빙그레는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마실 수 있도록 당시 고급 과일이던 바나나를 활용하고 포장 용기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항아리를 본떠 만들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당시 항아리 모양의 포장 용기에 대해 손에 잡기 힘들고 쌓아두기 불편하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은 바나나맛우유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 독특한 포장 용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선정돼 미국 뉴욕에 전시되기도 했다. 2011년 4월 한국공예 디자인문화진흥원과 뉴욕 코리안소사이어티가 미국 뉴욕에서 주최한 ‘1960∼80년대 한국 소비재 디자인’ 전시회에서 한국인의 일상을 대표하는 디자인 물로 꼽힌 것이다.
최근 바나나맛우유는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4년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현재 캐나다, 중국 등 1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특히 중국에서 바나나맛우유는 대표적인 한류 상품으로 통한다. 2011년 10억 원이던 중국 시장 매출은 지난해 100억 원으로 10배 늘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거둔 매출만 벌써 80억 원에 이른다.
빙그레 측은 “바나나맛우유를 수출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지난해 500억 원이던 해외 매출을 올해는 800억 원, 내년에는 10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앞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바나나 우유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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