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 길동무 꼭두, 유럽 4개국 나들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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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영성 넘치는 편안한 인상… 현지 박물관들 러브콜 쏟아져

망자를 호위하는 무사 꼭두. 꼭두박물관 제공
망자를 호위하는 무사 꼭두. 꼭두박물관 제공
‘저승 가는 우리네 넋의 길동무, 꼭두가 유럽인과 조우하다.’

꼭두는 한국의 전통 상례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장식품이다. 망자를 모시는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진 꼭두에는 세상을 떠나는 이를 위로하고 지켜 주며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엄격한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편안하면서도 해학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한국적 정서가 오롯한 꼭두가 27일부터 유럽 4개국 순회 전시에 나선다.

동숭아트센터 꼭두박물관(관장 김옥랑)은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그라시 박물관에서 조선 후기 상여와 꼭두 유물 76점을 소개하는 기획전 ‘꼭두, 영혼의 동반자’가 개최된다고 22일 밝혔다. 독일 전시회는 11월 15일까지 열리며, 이후 △헝가리 부다페스트(주헝가리 한국문화원·11월 22일∼12월 20일) △벨기에 브뤼셀(주벨기에 한국문화원·내년 1월 17일∼2월 28일) △프랑스 파리(유네스코본부 전시장·내년 4월 14∼18일)로 이어진다.

이번 순회전은 지난해 7∼9월 영국 런던의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런던 올림픽을 기념해 열렸던 특별전 ‘꼭두, 또 다른 여행길의 동반자’가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대영박물관의 존 스튜어트 아시아 담당 큐레이터는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인 꼭두를 소개한 놀랍고도 짜임새 있는 전시”라며 “대영박물관에서도 조만간 기획 전시로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유럽 여러 곳에서 전시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거꾸로 서서 재주 부리는 인물 꼭두. 꼭두박물관 제공
거꾸로 서서 재주 부리는 인물 꼭두. 꼭두박물관 제공
특히 유럽에서는 꼭두라는 목공예품 자체의 조형적 아름다움은 물론 꼭두가 지닌 영성(靈性)에 큰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꼭두에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라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 망자를 현세에서 저승으로 이어 주는 매개체에 담긴 해학과 여유가 강렬한 인상을 전해 준 것이다. 김옥랑 관장은 “우리 조상의 전통적 평민문화에 밴 독특한 세계관과 미적 감수성을 유럽에 선보일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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