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북 페스티벌 ‘파주북소리 2013’이 열린다. 올해 주제는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 그에 맞춰 아시아 11개국 작가 12명이 다음 달 3일 문학콘서트 ‘아시아의 작가들, 도시를 말하다’를 열고 자신들이 태어나 자란 도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이 방한에 앞서 파주북소리조직위원회에 보내온 글에는 21세기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난 급격한 서구화 현대화 물결 속에 전통과 본질을 잃어버린 도시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국내에 2009년 번역된 소설 ‘사만’을 쓴 인도네시아 작가 아유 우타미(45)는 “인도네시아에선 사진관에서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판다. 관광객에겐 아름답고 이국적인 모습만 담은 사진이 엽서용으로 딱 맞겠지만 슬프게도 인도네시아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고 썼다. 예민한 작가의 눈에는 자카르타가 ‘모두 가짜’인 도시다. 그는 “도시화 현상을 겪고 있는 자카르타에는 쇼핑몰 시대가 열렸다. 천장에는 하늘이 그려져 있고 플라스틱 나무와 각종 장식으로 뉴욕이나 차이나타운처럼 꾸며 놓았다”고 했다.
베트남전쟁 참전군인 출신인 베트남 소설가 바오닌(61)은 전쟁 당시 하노이를 배경으로 전쟁의 실상을 고발한 소설 ‘전쟁의 슬픔’을 썼다. 이 작품은 지난해 베트남전쟁 참전국인 한국에도 소개돼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가난하고 암담했던 베트남전쟁 이전의 하노이를 그리워했다. “어린 시절 하노이는 작고 비좁고 가난한 도시였다. 작고 남루한 것이 지닌, 가난한 사람들만이 가진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하노이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날 하노이는 완전히 정반대다. 부자 도시는 아니지만 돈벌이로 꿈틀댄다. 태국 방콕의 화려함을 따라 하고, 미국 유럽 문화의 모든 것을 베끼려고 온 힘을 쏟는다.”
인도 델리에 사는 소설가 A J 토마스(61)의 글에선 안타까움을 넘어서 환멸과 분노가 느껴진다. “속으론 보수적이면서 겉으로 현대적인 델리 중산층의 생활방식에 혐오감이 느껴진다. 얼마 안 되는 돈을 벌려고 부유층이나 중산층 밑에서 일하는 슬럼가의 수백만 가난한 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편의시설조차 없다. 많은 이가 가망 없이 살아가는 허름한 주택가에 수시로 발생하는 화재로 사망한다.”
한국 작가로 참여한 소설가 김미월은 “소설가들은 어린 시절 기억이나 고향에 대한 추억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며 “마을이나 도시가 고유한 개별성을 잃고 지구촌 전체가 비슷비슷해져 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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