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 절간의 예술, 화두가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오래된 절과 현대미술의 파격적 만남
해인사 아트프로젝트 11월 10일까지

법보종찰 해인사의 일주문 앞 통로를 따라 설치된 인도작가 비파 갈로트라 씨의 ‘하나의 세계 2’. 밤이 되면 빛나는 형광실로 수놓은 196개의 흰 깃발은 벽과 갈등이 없는 세계를 희망한 작업이다. 해인사=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법보종찰 해인사의 일주문 앞 통로를 따라 설치된 인도작가 비파 갈로트라 씨의 ‘하나의 세계 2’. 밤이 되면 빛나는 형광실로 수놓은 196개의 흰 깃발은 벽과 갈등이 없는 세계를 희망한 작업이다. 해인사=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팔만대장경의 경판 8만1258장에 새긴 글자를 합치면 약 5200만 자를 헤아린다.
이를 압축하면 ‘마음 심(心)’ 한 단어로 수렴된다. 불교의 가르침은 자기 마음을 닦는 공부인 셈이다.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펼쳐지는 ‘해인아트프로젝트 2013’의 주제를 ‘心 마음 maum’으로 정한 이유다. 한국의 대표 사찰과 현대미술의 파격적 만남은 2년 전 대장경 조성 1000년을 기리는 문화축전의 특별행사로 출발해 이번이 두 번째다. 해인아트프로젝트 사무국장 향록 스님은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태도야말로 예술과 불교가 통하는 부분”이라며 “새로운 방식으로 사찰이 대중 속으로 가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


올해는 독립큐레이터 김지연 씨가 참여해 국내외 30개 팀이 실체 없는 마음을 저마다 고유한 어법으로 풀어낸 작업을 내놨다. 장르도 다양하고 작품의 질도 고른 편이다. 해인사와 성보박물관, 홍류동 계곡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소리길)에 흩어진 작품들은 도발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말을 건넨다. 세속의 번뇌를 내려놓고 나를 찾는, 마음을 찾는 여정에 동참하라고. 천년 고찰(古刹)과 가을이란 절기가 어우러져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11월 10일까지. 해인사 입장료 3000원(성보박물관 2000원 별도). 1688-3094

○ 불교적 세계관,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다

폐지로 불당을 조성한 김월식 씨의 ‘매점불’. 해인사=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폐지로 불당을 조성한 김월식 씨의 ‘매점불’. 해인사=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해인사 일주문으로 가는 길목의 옛날 매점이 종이로 만든 불당으로 변신했다. 김월식 씨는 전국의 폐지 수거 노인 108명이 모은 박스로 얼기설기 만든 부처의 이름을 ‘매점불’이라 붙였다. 이들의 108가지 소원을 복장품으로 품은 ‘누더기 부처’는 모든 미약한 존재를 감싸 안으려는 듯 자비로운 표정이다. 일주문엔 대나무를 엮어 만든 높이 7.5m의 인체 조형물이 서 있다. 최평곤 씨의 ‘내가 아닌 나’는 사람 안에 똬리를 튼 또 다른 사람을 보여주며 삶이 나를 찾는 여정임을 일깨운다.

구광루에서는 해인사의 소리를 재구성한 김기철 씨의 사운드 아트, 보경당에서는 천장의 얼음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레이저를 결합한 피에트로 피렐리의 작품이 눈과 귀를 자극한다. 불교적 세계관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흥미롭다. 스님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2000개의 아이 신발이나 쌀알로 완성한 대형 화면에 철학적 경구를 미세한 글자로 새긴 작품은 미술 이전에 수행의 노동을 떠오르게 한다. 법구경의 구절을 납활자로 새긴 노주환 씨, 관객 참여형 모래밭 설치작품을 만든 안규철 씨는 경전의 의미, 비움과 채움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 구도의 과정, 풍경 속으로 스며들다

아트프로젝트는 절 밖에서도 즐길 수 있다. 홍류동 계곡의 소리길을 걷다 무심코 땅을 내려다보니 ‘믿을 때만 눈앞에 나타나는 영혼의 존재’ ‘나를 향해 걸어볼까, 나를 향해 떠나볼까’ 같은 문구가 돌에 담겨 있다. 인도 작가 실파 굽타의 ‘100개의 계단’이란 작품이다. 숲길에서 마주친 박상희 씨의 ‘바위에 갇힌 부처’와 자연석 징검다리에 새긴 연꽃, 산길에서 만난 파랑새 그림도 풍경과 한 몸을 이룬다.

오래된 절집과 가을빛에 물드는 가야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과 조화는 모든 작품을 압도한다. 여기에 나를 찾아, 자연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갖도록 예술이 한 수 거드는 행사다. 아마 작품들이 하려는 이야기는 안상수체로 새겨 종각에 걸어놓은 한글 주련의 말씀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라건대 이 종소리 온누리에 두루 퍼져/철위산 깊고 어둔 무간지옥 다 밝아지며/지옥아귀 축생고통 여의고 칼산지옥 무너지며/모든 중생 바른 깨달음 이루어지이다’

합천=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해인아트프로젝트 2013#불교#매점불#100개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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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3-10-01 05:26:45

    지난주 다녀왔는데...해인사 경내가 너무 번잡스러워졌고 보기에 좀 그랬다..청량사로 발길을 돌렸는데..그곳은 약광전과 요사채 보수로 어수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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