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대 원로 만화가들이 인터넷 웹툰에서 노재(老才·노인의 재능)를 뽐낸다. 수십 년간 만화를 그려온 내공을 자랑하지만 인터넷에서 신작 공개는 처음이다.
네이버는 한국만화가협회와 함께 원로 만화가 24명의 신작 단편을 자사 웹툰에서 공개하는 ‘한국만화 거장전’을 1일부터 시작했다. 여기에는 ‘로봇 찌빠’(1979년)의 신문수(74), ‘꾸러기 만화일기’(1993년)의 윤준환(72), ‘요철발명왕’(1975년)의 윤승운(70), ‘장길산’(1991년)의 백성민(65), ‘아기공룡 둘리’(1983년)의 김수정(63) 화백이 참가한다. 매주 화요일 ‘네이버 만화’에서 한 작품씩 공개될 예정이다.
첫 회는 붓그림 만화로 유명한 백성민 화백의 ‘붉은말’이다. 백 화백은 ‘천관녀 설화’를 바탕으로 술에 취해 잠든 신라 화랑 김유신을 그의 애인 천관녀 집으로 태워줬다가 목이 잘린 적토마의 이야기를 그렸다. 젊은 작가가 주류인 인터넷 웹툰에서 붓으로 그린 만화는 드물다. 그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면 움직임이 더 생생하다. 젊은 독자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끼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신문수 화백은 1979년 발표된 ‘로봇 찌빠’의 주인공 찌빠가 2013년 돌아와 옛 친구인 팔팔이, 탱구, 촉새의 자녀를 만나 생긴 소동을 그린 ‘천방지축 찌빠’를 발표한다. 신 화백은 “찌빠가 성장한 친구들의 2세와 만나는 설정을 세우고 나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찌빠를 보고 자란 부모 세대는 만화를 다시 보고 추억에 잠기고, 웹툰으로 찌빠를 본 자녀들과 대화의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일 공개된 ‘붉은말’에는 댓글 1만여 개가 달려 원로 만화가의 신작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웹툰 만화가 인쇄 만화와 다른 것 중 하나는 독자 반응을 댓글로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붉은말’에 대한 댓글은 ‘웅장하다’ ‘우리 만화 특유의 멋이 담겼다’ ‘붓 선에 감탄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키보드 워리어(인터넷 호사가)’는 근거 없는 악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원로 작가들은 댓글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그린 ‘비정규직론’을 준비한 윤준환 화백은 “우리 세대가 그린 만화가 어린 독자들 눈에는 흑백영화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나름의 멋과 재미가 있다. 설탕은 달면 되고, 만화는 재밌으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맹꽁이서당’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그린 윤승운 화백은 “만화를 50년 넘게 그리다 일흔이 되다 보니 이제 독자평은 덤덤하다. 게다가 컴맹이라 올라오는 댓글은 보려고 하지도 않고 보지도 못한다”며 웃었다. 김수정 화백은 어떤 작품을 그릴지 심사숙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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