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취임한 안 감독은 무용단 스태프에게 “우리들이 누구보다도 현대무용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주연 세계인문학포럼 사무국장, 시인 김경주와 오은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한국의 컨템퍼러리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그 시대의 예술이라는 맥락에서 무용을 보려고 하는 것이지요. 안무가 개인이 이 시대를 몸짓으로 풀어낼 수도 있지만 국립이라는 대표성을 지닌 우리 무용단은 이제 집단지성의 진단과 분석을 거치려고 해요.”
현대무용은 난해하고 추상적이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재즈댄스나 비보잉과는 어떻게 다른 건가. 안 감독 취임 후 첫 작품으로 지난달 선보인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11분’은 현대무용은 일상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일반 관객의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이었다. 전임 감독이 무용가들만 뽑아놓은 상태에서 안 감독이 새로 판을 짰다. 그에게 영감을 주는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11분’을 텍스트로 삼고 시인 김경주를 드라마투르크로 참여시켰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레퍼토리를 만드는 곳이 돼야 해요. 실험적 집단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작품의 완결판을 내놓아야 합니다. 다른 장르의 다양한 파트너, 발전된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투자도 필요한 시점이고요.”
해외 무용단의 경우 새로운 창작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면 연간 150회에서 300회까지 꾸준히 공연이 이뤄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회성으로 반짝 끝나고 말 때가 많다. 안 감독은 “초연작은 곳곳을 찾아가 커뮤니티 댄스 형식으로 관객과 소통하려고 한다”며 “지속적인 접촉으로 현대무용에 대한 경험을 넓혀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작에 싸늘한 국내 환경에서도 1985년 자신의 이름을 건 안애순무용단을 창단해 지금껏 꾸려왔다. 하지만 내년 2월 서울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 계약이 끝나면 안애순무용단을 해체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수장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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