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석 부세현 고건혁 3총사 18∼20일 제주 첫 록페스티벌 개최
이장희는 ‘울릉천국’서 콘서트 계획
인재진은 자라섬을 재즈의 섬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을 묘하게 연상시키는 남자들이 있다. 올가을, 섬에 음악축제를 만든 이들이다. 고향, 또는 제2의 고향에 축제를 만들어둔 이 남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건 누구일까. 데이지 같은 첫사랑일까, 아니면….
○ U2를 기다리는 제주의 세 중년
2011년 여름, 서울 서교동의 카페에 앉아 있는 세 남자가 좀 수상해 보였다. 음악 얘기로 서로 쑥덕대는데 외국어 비슷해 알아듣기 힘들었다. 회합은 “우리 같이 허게!” “잘해보게마씸!”이란 이상한 구호로 끝났다. ‘우리 같이 하자’와 ‘잘해봅시다’의 제주 사투리.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43), 제주의 음반 제작자 부세현(37), 인디 음반사인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32)는 2년간의 ‘공모’ 끝에 제주도에 처음으로 록 페스티벌을 만들어냈다. 박은석 평론가는 “서로 일이 바빠서 곰(고 대표의 별명)은 대전, 난 서울, 부스(부세현의 별명)는 제주에서 인터넷 화상회의를 하기 일쑤였다. 회의 방식은 첨단인데 대화는 제주 방언이니 좀 웃겼다”고 했다.
세 사람은 ‘제주도에서는 록 페스티벌을 열 수 없는 걸까’라는 동심 어린 상상을 결국 현실로 만들어냈다. 18∼20일 제주도 곳곳에서 열리는 ‘제트 페스트(Jeju Experience Tour & Festival·070-4122-2534)’다. 장필순, YB, 언니네이발관, 뜨거운 감자, 로맨틱 펀치, 빈지노 같은 쟁쟁한 음악인들이 무대에 오른다. 낮에는 문화 체험을 하고, 밤에는 음악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묶음상품도 있다.
“제주도는 그리스보다도 신화 전통이 풍부합니다. 앞으로 뮤지컬, 연극 같은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를 포괄하는 축제로 일구고 싶어요. 첫사랑 말고 U2(아일랜드의 세계적인 록 밴드)가 와서 ‘사랑으로 하나 되자’는 노래 ‘원(One)’을 부르는 날까지 열심히 해봐야죠. 하하.”(박은석)
○ 이장희의 울릉천국론
‘한 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가수 이장희는 ‘울릉도 천국론’을 설파하며 ‘내 집 앞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다 7년 전 울릉군 북면 평리에 정착하며 자택을 ‘울릉천국’이라 명명한 그는 이번에 처음 집 앞 야외음악당에서 12일부터 이달 말까지 매주 2, 3일씩 공연을 연다. ‘이장희의 울릉천국 작은 음악회’(02-550-8295).
7일 오후 전화로 만난 이장희는 “1970년대에 몸담았던 밴드 ‘동방의 빛’ 멤버였던 강근식(기타), 조원익(베이스)과 몇 년 전부터 함께 살다 공연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여행사와 손을 잡고 콘서트 관람을 원하는 관객을 부르기로 했다. “혹시 ‘필’ 받으면 또 압니까. 끝나고 관객분들이랑 와인이라도 한잔할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에서 노래까지 다시 찾았으니, 그야말로 천국이네. 하하하.”
3∼6일 열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총감독은 경기 가평의 평범한 섬을 재즈의 섬으로 일구고, 스스로 거기 정착해(2006년)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가평과 자라섬은 천혜의 경관과 좋은 인심을 지닌, 최고의 땅”이라는 그는 재즈 보컬 나윤선 씨와 2010년 결혼했다. 섬이 길러준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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