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 어제와 오늘을 비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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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두 전시…
‘비디오 빈티지 1963∼1983’전 - ‘미래는 지금이다!’전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와 한국의 비디오아트 역사를 각기 되짚는 두 전시를 마련했다. ‘비디오 빈티지 1963∼1983’전은 미국 작가들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재연한 ‘영원한 프레임’을 가정집 거실 같은 공간에서 선보인 것을 모티브로 삼아 공간을 연출했다(위). ‘미래는 지금이다!’전에 나온 작가 이불의 노래방 설치 작품(아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와 한국의 비디오아트 역사를 각기 되짚는 두 전시를 마련했다. ‘비디오 빈티지 1963∼1983’전은 미국 작가들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재연한 ‘영원한 프레임’을 가정집 거실 같은 공간에서 선보인 것을 모티브로 삼아 공간을 연출했다(위). ‘미래는 지금이다!’전에 나온 작가 이불의 노래방 설치 작품(아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마치 196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원형 전시실에 들어서면 구식 TV와 오래된 가구가 한데 어우러진 가정집 거실 같은 풍경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입구에 있는 소파에 앉으니 낡은 흑백 모니터에서 한 남자가 양복 단추를 풀고 잠그기를 반복하는 장면이 나온다.
백남준의 ‘버튼 해프닝’이란 작품으로 1965년 소니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한 날에 제작한 최초의 비디오 퍼포먼스로 추정된다.
또 다른 TV 모니터에선 세르비아 출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연인 울라이와 누드 차림으로 마주 보고 서 있고 그 틈새로 관객들이 통과하는 퍼포먼스가, 미국 작가 크리스 버든이 자신의 왼팔에 총을 쏘게 하는 퍼포먼스가 흘러나온다. 》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비디오 빈티지 1963∼1983’전은 비디오아트의 태동기와 전개 과정을 살펴보는 자리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가 뉴미디어 소장품 중 52명의 72점을 소개하는 국제순회전이다. 현대 미술사에 당당히 진입한 비디오아트의 역사를 되짚는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유익하다. 빈티지 가구와 조명기구를 활용해 지지직거리는 소음과 흐릿한 흑백 화면을 보며 향수에 젖을 수 있도록 꾸민 공간 디자인도 돋보인다. 12월 31일까지.

이와 연계된 ‘미래는 지금이다!’전은 한국 비디오아트의 흐름을 짚는 자리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01년부터 ‘뉴미디어’라는 항목 아래 수집한 작품 107점 중 시대별 대표작을 추려냈다. 국내외 비디오아트의 계보를 대략 섭렵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느긋하게 마음먹고 봐야 할 전시들이다. 내년 5월 25일까지.

○ 세계 비디오 아트의 계보

‘비디오 빈티지’전은 오늘날 뉴미디어 아트의 고갱이로 거론되는 작품들, 비옥한 토양을 일군 작품들을 망라했다. 특히 미술사에 등장하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주요 퍼포먼스와 초창기 작품을 다시 보는 재미는 각별하다. 카메라 렌즈를 향해 침을 뱉는 폴 매카시를 비롯해 브루스 나우먼, 빌 비올라 등의 초기 작품을 볼 수 있다. 극작가로 유명한 사뮈엘 베케트가 1980년 TV용으로 연출한 ‘4인용 무대’,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가 새로운 TV 문화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선언문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짧은 영상도 관심을 모은다.

1968년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한 사람들이 결성한 앤트 팜(Ant Farm)은 TV 세트를 차곡차곡 쌓은 뒤 자동차로 들이받은 퍼포먼스 ‘미디어 불태우기’와 TV를 통해 생중계된 최초의 비극으로 꼽히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암살을 재연한 ‘영원한 프레임’으로 미디어의 파괴적 영향력을 일깨운다. 미국으로 이주한 뒤 뉴욕에서 요절한 여성 미술가 차학경의 ‘순열’ ‘입에서 입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 한국 비디오아트의 흐름

비디오아트를 창시한 백남준은 “사람들은 ‘미래’가 내일이라고 말한다. ‘미래’는 지금이다”라고 정의했다. ‘미래는 지금이다!’전에선 백남준을 출발점으로 삼아 국내외에서 뉴미디어와 관련된 실험적 활동을 펼친 한국인 작가들을 조명했다.

일본을 무대로 삼은 곽덕준,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활동한 박현기의 선구적 작품과 육태진 공성훈 등 1960년대생 작가들, 김세진 유비호 등 1970년대생 작가들로 이어진다. 고승욱 임흥순 임민욱 안세권 등의 작품은 시각문화적 사회 비평을 이끄는 영상의 힘을 엿보게 한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비디오 아트#비디오 빈티지 1963∼1983#미래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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