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부상 거의 회복… 다시 魂을 쏟아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베이징 등 중화권 7개도시 투어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고물이 오는데 어떨까 하고 호기심이 나서라도 연주회에 올 것 같아요.”

이달 베이징, 타이베이,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7개 도시 투어에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5·사진)는 스스로를 ‘고물’이라고 표현했지만 두 눈은 자신감으로 반짝였다. 5월 일본 4개 도시 연주를 성황리에 끝낸 그는 중국 투어 전후로 국내 4개 도시에서도 잇달아 리사이틀을 펼친다.

2005년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공백 기간을 가졌던 그는 2011년 조심스럽게 무대로 돌아왔다. 같은 해 언니인 첼리스트 정명화와 대관령국제음악제 공동예술감독을 맡았고, 다양한 자선음악회에서 활을 들었다. 그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 본궤도에 올라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대관령 때만 해도 손이 70∼80% 돌아왔습니다. 예전에 다친 손에다 또다시 엄지 부상까지 입어서 올해까지도 계속 치료를 받았지요. 지금이야말로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정경화는 20대 초반에 영국 런던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뒤를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콘서트가 이어졌다고 했다. 음악에서만큼은 타협하지 않으려고 거침없이 싸우다 보니 ‘드래건 레이디’라는 별명도 얻고 욕도 많이 먹었다. 그는 부상을 거치고 다시 무대에 서는 과정을 통해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그동안 늘 염려가 많았습니다. 관객을 실망시킬까 봐. 지금도 기량 면에서는 완벽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고요. 아직 나는 하이포인트에 다다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이포인트라는 건 무지개를 쫓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정경화는 독학으로 비올라를 익히고 있다. 젊었을 때는 소프라노의 소리가 좋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저음에 끌렸는데 지금은 중간 음역대에 사로 잡혀서 귀와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비올라에 관심을 갖던 중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그리그 소나타를 연주했는데 첼리스트 지안 왕이 ‘바이올린에서 비올라 소리가 난다’고 하더군요. 모차르트 비올라 5중주에서 비올라를 맡아서 연주하고 싶습니다. 머지않은 시일에 이뤄질 것 같아요. 허리 아프고 손 아프면 유라(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이유라) 시키면 되고….(웃음)”

정경화는 “바이올린을 5년 동안 건드리지도 못했는데 다시 컴백해서 한다는 것은 기적이다. 내 혼 속에 있는 모든 감사를 음악 팬들에게 다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정경화#바이올리니스트#중국 투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