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전 본선 16강에서 만난 진시영 5단과 강동윤 9단은 1989년 동갑내기. 하지만 진시영은 강동윤에 비해 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다. 강동윤과는 이 바둑 전까지 한 번 이기고 6번 졌다. 진시영은 ‘이번에는…’이라고 각오를 다졌을 법하다.
진시영은 초반 우변에서 흑진을 삭감하는 좋은 수 22를 찾아낸다. 강동윤은 23으로 집을 지키며 참아둔다. 참고 1도처럼 흑 1로 반발하고 싶지만 백 2로 늘고 백 6까지 되고 보면 우변 흑 모양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진시영의 삭감은 어느 정도 성공작. 그때 흑진으로 한발 더 나간 32가 화근이었다. 이 수로는 흑이 둔 실전 35의 자리에 호구로 뒀어야 했다. 그게 부담이었다.
강동윤은 이 약점을 잡고 곧바로 33으로 뛰어든다. 그 뜻은 참고 2도처럼 백 1로 받으면 즉각 흑 2로 끊어가 싸우겠다는 구상이다. 축이 안 되기 때문에 백이 불리한 싸움. 결국 실전에서 백은 축을 의식해 34로 두 칸 높은 협공을 택했다. 그러자 강동윤은 잽싸게 좌하귀를 차지해 버린다. 도처에 흑의 실리가 돋보인다.
이후 강동윤은 하변 백 진영에 뛰어들어 타개에 성공하면서 바둑을 이겼다. 흑의 작전이 성공한 바둑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