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슬퍼지는 세상, 안녕을 고하려는 몸부림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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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집 ‘Goodbye, grief - 슬픔이여, 안녕’ 낸 자우림

1996년 결성 당시 밴드 자우림은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 ‘블루데빌’ 무대에 주로 섰다. 밴드 이름은 ‘미운 오리’였고 한 명의 관객 앞에서 연주한 적도 많았다. 왼쪽부터 이선규(기타), 김진만(베이스), 김윤아(보컬), 구태훈(드럼). 사운드홀릭 제공
1996년 결성 당시 밴드 자우림은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 ‘블루데빌’ 무대에 주로 섰다. 밴드 이름은 ‘미운 오리’였고 한 명의 관객 앞에서 연주한 적도 많았다. 왼쪽부터 이선규(기타), 김진만(베이스), 김윤아(보컬), 구태훈(드럼). 사운드홀릭 제공
“남자 멤버들이… 늦네요.”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김윤아의 목소리는 차가운 창밖을 보며 증기를 내뿜는 커피포트처럼 잠겨 있었다. 시끄러운 TV에서도 톡 도드라졌던 음성과 달리 낮고 차분했다. “원래 목소리가 크지 않은데 감기 걸려서 더 그래요.”

4인조 혼성밴드 자우림이 14일 낸 9집 ‘Goodbye, grief(굿바이, 그리프·슬픔이여, 안녕)’엔 CF 같던 꿈이 다큐멘터리 비슷한 환멸로 저문 20대를 돌아보는 노래가 많다. 8집 ‘음모론’을 낸 후 2년 넘게 흐르는 동안 자우림의 모든 멤버는 우리 나이로 40대가 됐다. 11곡이 담긴 신작에는 뒤틀린 블랙유머가 줄어든 대신, MBC ‘나는 가수다’(2011년 출연)로 유입된 새 팬들에게 다가설 만한 직선적인 곡이 많다.

―‘나를 버린 여자의 이름, 안나’라고 노래하는 ‘안나’를 첫 곡으로 배치한 이유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자식을 버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다. ‘너도 애 가져 보면 부모 맘 알 것’이라고들 하는데 막상 부모가 돼 보니 자식의 입장을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김윤아는 어떤 엄마인가.

“많이 놀게 하는 엄마? 아들이 내년에 (초등)학교 간다. 유치원도 영어 유치원 말고 체육을 많이 시키는 곳에 보냈다.”

―음반 제목이 왜 ‘슬픔이여, 안녕’인가.

“세상이 점점 슬퍼지는 것 같다. 체념할 수 없기에 오는 절망감…. 지금 다들 슬픔에 안녕을 고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될 거라는 것, 이 상태로 인생은 계속 굴러가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슬픔이라니. ‘나가수’ 출연 뒤 당장 행사 출연료부터 뛰었을 텐데….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잖나.”(이상 김윤아)

―록 밴드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살면서 지는 싸움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승패를 떠나 우리 음악을 얘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구태훈)

“나가길 잘한 것 같다. 청중평가단의 반응을 보면서, ‘진심으로 음악을 하면 누구든 좋아해 주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김진만)

―8집 이후 가장 달라진 건 뭔가.

“3집까지 앨범을 꽉꽉 채웠다. 음표, 편곡, 구성…, 빈틈없이. 4집부턴 비워 갔다. 8집을 끝낸 뒤 다시 다른 방향으로 채우고 싶어졌다. 예전엔 녹음 과정에서 멤버들끼리 부닥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긴장감이 흘렀다. 스튜디오 갔다 올 때마다 700∼800g씩 빠졌다. 이번 앨범은 우리의 베스트다.”(김윤아)

―9집 수록 곡들은 예전 곡들에 비해 좀 더 직선적이다. 팝송 같다.

“곡의 온도감을 살리려 노력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편곡자를 인터넷 중계 시스템으로 서울 스튜디오와 연결해 두 곡의 현악 녹음을 실시간으로 진행하기도 했다.”(김윤아)

―록 발라드 성향의 타이틀곡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어떻게 만들었나.

“지난 5월인가,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우고 돌아섰는데 아파트 단지의 벚꽃 가로수 길에 꽃잎이 쏟아지더라. 멜로디가 떠올랐다. 전화기에 녹음해 뒀다 집에 돌아와 한달음에 완성했다.”(김윤아)

―자우림은 록 밴드다. 40대가 돼 보니 어떤가.

“건강만 괜찮다면 그 나름대로 찬란한 것 같다.”(이선규)

“다른 조직에서 40대는 결코 좋은 위치가 아니다. 다행히 우린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됐다. 20대엔 멍청했고 바보 같았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김윤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자우림#Goodbye#g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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