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세계최고 꼽히는 북유럽학교의 비결
서울시립미술관 ‘북유럽 건축 디자인’ 기획전 21일 개막
학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운동장을 가운데 두고 ‘ㄱ’ 혹은 ‘ㅁ’자 모양으로 교사(校舍)를 지어놓은 뒤 똑같은 크기로 잘라 늘어놓은 교실들…. 한국의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이 행복해하지 않고, 창의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획일적이고 통제적인 학교 디자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1일 개막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전 ‘노르딕 패션(Nordic Passion): 북유럽 건축, 디자인’은 건축가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디자인 선진국 북유럽 국가들의 학교 건축과 실내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최상위를 기록하는 핀란드의 학교 건축 7개를 비롯해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의 대표적인 학교 건축물들을 모형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학교의 일부 공간은 현지 건축가들이 와서 실물 크기로 지어 전시한다.
북유럽 학교들의 특징은 ‘집보다 좋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집과 학교의 구분이 뚜렷한 한국과 달리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감안해 배치한 크고 작은 공간에는 채광 시설과 성장 중인 아이들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책걸상들이 배치돼 있다.
골판지를 잘라 이리저리 구부려 붙여놓은 듯한 건물, 동화책에 나올 법한 나무집, 미니 굴을 파놓은 실내 벽 등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의 경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배려한 디자인과 색감이 눈에 띈다. 교장실이 좁고 간소한 것도 한국의 학교와는 다른 점이다. 학교는 지역 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회 시설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교 식당은 층고가 높고 주방과 식당 공간이 넉넉해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파티를 열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을 공동 기획한 큐레이터 안애경 쏘노안 대표는 “북유럽 국가들이 학교 디자인에 신경 쓰는 이유는 좋은 학교 건축물 자체가 학생들에겐 중요한 교육적 경험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사회주의 국가답게 저소득층 자녀들도 훌륭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일반 집에서 볼 수 없는 고급 가구를 배치하는 점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학교 건물에서 디자인 감수성을 키워온 학생들은 디자인 대학에 들어가면 소외계층을 위한 가건물을 지으며 디자인과 사회를 배운다. 이번 기획전에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핀란드 알토대학과 노르웨이 베르겐 예술대학 학생들의 나무 건축물이 전시된다. 두 대학 교수들이 미술관 2, 3층에 현지에서 공수해온 나무로 전시 구조물을 설치하면 그 위에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나무 의자와 식탁, 조명기구 등을 전시한다. 이들이 소외계층을 위해 설계한 공공 건축물의 모형도 볼 수 있다.
미술관 로비와 입구 공원에는 북유럽 디자이너들이 현지에서 공수해온 나무로 구조물을 지어 설치한다. 그저 감상만 하는 작품이 아니라 구조물 위에 올라가 걷고 뛰며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헬싱키에 나무로 지은 캄피 교회와 헬싱키 시립도서관을 포함해 핀란드의 명품 나무 건축물 10작품의 모형과 사진도 전시된다. 내년 2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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