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를 배 위까지 치켜 올려 입은 채로 낡은 리어카를 자가용차처럼 정신없이 끌고 다니던 꼬마. 그 아이가 25년이 지난 후 같은 자리에서, 말끔한 양복을 차려입고 자신의 진짜 자가용 옆에 서 있네요. 바로 우리집 큰아들이랍니다.
1986년 강원도 인제의 구석진 산골짜기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속을 썩이며 말썽만 일으켰던 장난꾸러기 녀석이 2011년 군법무관이 되어 시골집으로 금의환향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던 동네의 부대를 첫 근무지로 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아들이 ‘출근 인증샷’이라고 찍어 보낸 사진을 보고 추억에 잠겨 예전 앨범을 꺼내 보다 리어카 끌고 있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 얼마나 웃었는지요. 시아버지 시어머니께서 지금까지 살아계셔서 당신들 손자의 이 모습을 보셨더라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정감어린 돌담은 사라지고 흙먼지 가득했던 비포장 길도 반듯한 콘크리트길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자가용’과 함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네 살, 스물아홉 살 아들의 모습을 보니 너무 재미있어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안계효 씨(서울시 서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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