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CAR] BMW=다이내믹, 폴크스바겐=막히지 않은, 미니=유머있는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7일 03시 00분


명차를 모는 남자의 캐릭터

불경기라고 하지만 남성을 위한 고가품(高價品)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양극화’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남자들이 자신을 위한 삶에 눈을 떴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경제가 일정 수준으로 성장하면 자기 자신을 가꾸는 데 돈을 쓰는 것을 아깝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페라리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이탈리아의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루카 디 몬테제몰로는 소문난 멋쟁이다. 밝은 파란색 정장으로 한껏 멋을 내고 손목에는 빨간색, 파란색으로 장식된 롤렉스 GMT 마스터를 찬다. GMT 마스터는 다른 지역의 시차를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는 기능이 있는 시계로 ‘전 세계를 돌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나타낸다. 모르는 사람은 그저 상표만 보고 ‘비싼 시계’라고 인식하겠지만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가 나타내고 싶어 하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수입 자동차와 남성용 시계가 모두 급성장하는 것도, 이 두 가지를 원래 용도뿐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스테이터스 심벌’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국산 자동차도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시대, 누구나 하나 이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 세계의 정확한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에 독일제 자동차와 스위스제 시계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BMW는 비싼 차가 아니라 다이내믹한 삶을 사는 성공한 남자의 상징이다. 폴크스바겐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지만 꽉 막히지 않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귀여운 차의 대명사인 미니는 알고 보면 오너 중에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은데, 유머러스하면서도 개성적인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도 비슷해서 위블로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여전히 개성이 넘친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며, IWC는 남의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본질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수단이 된다.

수많은 남성용 물건 중에서 자동차와 시계가 유독 각광을 받는 이유는 가방이나 장신구를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여성과 달리 남자들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와 시계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회사와 시계 회사의 협업도 늘고 있다. 위블로는 페라리와 손을 잡고 수많은 한정판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IWC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제휴해 특별한 모델을 만들어내는 한편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모델인 AMG 실내용 시계도 납품하고 있다.

태그 호이어는 최근 개봉한 영화 ‘러시: 더 라이벌’에서 1970년대 F1 레이서들이 사랑하던 시계로 등장한 것에 맞춰 복고풍 모델을 다수 선보였고, 쇼파드는 이탈리아를 종단하는 클래식카 레이스 기념모델 ‘밀레 밀리아’를 주력모델로 삼고 있다. 한동안 자동차와의 관계에 시큰둥했던 롤렉스가 다시 F1 타임 키퍼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도 자동차와 시계 시장이 동반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 중 하나다.

신동헌 남성지 ‘레옹’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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