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현실인식과 탐미적 감수성의 작가 송기원(66·사진)이 소설집 ‘별밭공원’(실천문학사)을 펴냈다. 소설집 ‘사람의 향기’ 이후 10년 만이다. 소설집에 실린 7편의 단편은 자전적인 구도(求道) 소설이다.
표제작 ‘별밭공원’은 작가가 계룡산의 한 암자에 있는 토굴에서 1년간 하루 한 끼씩만 먹고 밖에 나오지 않는 수행을 하면서 체험한 무아경(無我境)이 모티브가 됐다.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그곳에서 매일 자정이면 깨어나 명상을 했습니다.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의식도 없는 백지 상태가 되더군요. 당시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작가가 가장 애착이 간다는 단편 ‘노량목’은 동편제에서 금기시하는 정한이 담긴 목소리를 갖게 돼 스승에게 버림받은 여성 소리꾼의 얘기다. 삶의 고통과 애환 속에 뿌리내린 예술혼에 대한 지향을 드러낸 작품이다. 노량목은 간드러진 목소리를 뜻한다.
연작소설 형식인 ‘무문관’ ‘탁발’ ‘객사’는 작가가 50대 초반에 반년간 탁발(음식을 동냥하며 만행에 나서는 것)을 한 체험이 바탕이 됐다. 탁발 수행을 하던 두 스님 석우와 석전이 겨울날 버스정류장 의자 아래서 미소를 띤 채 객사(客死)한 걸인에게서 득도의 경지를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예전보다 자의식이 작아졌기 때문일까요. 객사는 제 희망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죽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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