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 같은 베스트셀러 저자로 유명한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 ‘경이를 향한 갈망: 과학자 되기’(An Appetite for Wonder: The Making of a Scientist)’가 지난달 영국에서 출간됐다. 그의 자서전은 출간되자마자 영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인 도킨스는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박물학자이기도 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이 많은 타이틀보다 그를 더 유명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를 소개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논란을 일으키는(controversial)’이라는 형용사다. 데뷔작인 ‘이기적 유전자’부터 신의 존재를 정면으로 부인해 그 자신을 기독교계의 공공의 적으로 만든 ‘만들어진 신’에 이르기까지 그의 저서는 논란을 몰고 다녔다.
도킨스는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났다. 박물학자인 부모님 아래서 도킨스와 그의 여동생은 케냐의 다양한 동물에 둘러싸여 평화롭고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도킨스가 여덟 살이 되었을 때 그의 가족이 모국인 영국으로 돌아오면서 그의 삶에 큰 변화가 생긴다. 450년이 넘은 전통의 기독교계 명문사립학교 ‘온들 스쿨’에 들어간 그는 이곳에서 아프리카에서 온 촌놈으로 ‘왕따’ 신세가 됐고, 심지어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로부터 성추행까지 당한다.
그는 이런 역경을 이겨내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라서 옥스퍼드대 생물학부에 입학했다. 이때부터 그의 학문적 재능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대학에서의 실험은 감겨 있던 그의 눈을 뜨게 했고, 새로운 지식과 엄청난 양의 연구는 그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사실 유전자가 다윈의 적자생존론 중심에 있다는 그의 주장은 다른 학자들이 이미 제기한 내용이다. 1964년 젊은 생물학자 W D 해밀턴은 유전자가 진화의 핵심에 있다는 신다윈주의로 알려진 논지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도킨스는 이 논문이 ‘이기적 유전자’를 구상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고백한다.
도킨스의 공로는 이를 일반 독자를 위한 대중적 과학 산문 형식으로 발표한 데 있었다. 이 책을 발표한 뒤 도킨스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젊고 유망한 생물학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TV 스타, 다윈의 후계자로까지 급부상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유명한 과학자가 배출된 환경은 어떤 것이었는지, 무엇이 그를 과학계의 문제아로 만들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책이 도킨스의 탄생에서부터 ‘이기적 유전자’의 성공까지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도킨스를 무신론자로 바꾸고 ‘만들어진 신’이라는 문제작을 발표하게 만든 배경은 무엇인지, 그에 대한 답은 2년 후 출간 예정인 자서전 제2권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