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맛 모모푸쿠
데이비드 장, 피터 미한 지음·이용재 옮김/332쪽·3만6000원·푸른숲
푸른숲 제공
책을 펼치면 식당 문이 열린다. 안으로 들어서자 하드록 밴드 AC/DC 노래가 울려 퍼진다. 2013년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 4위에 오른 뉴욕의 ‘모모푸쿠(Momofuku)’다.
식당 주인인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장(장석호·36·사진)을 만나 보자. 그는 ‘성질 더럽고 까탈스럽지만 종종 기발하다’. 중학생 때 골프 선수를 꿈꿨지만 재능이 없어 관뒀다. 대학에서 신학과 인문학을 배웠지만 졸업 후엔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지 못했다. 영어 선생을 하려고 일본에 건너갔다가 맛본 라멘의 매력에 빠진 뒤에야 그는 꿈을 정했다.
뉴욕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에서 요리를 배운 저자는 2004년 8월 좁은 가게를 인수하고 ‘모모푸쿠 누들 바’를 열었다. 일본어로 ‘행운의 복숭아’를 뜻하며, 인스턴트 라멘을 발명한 일본인 안도 모모푸쿠에 대한 경의도 담았단다. 퓨전 라멘 집을 열었지만 처음에 파리만 날렸다. 웃으면서 망하자며 싸게 양 많이 퍼준 다음에야 가게에 손님이 모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후진’을 수시로 내뱉지만, 오기로 똘똘 뭉친 저자의 도전기가 재밌다. 그는 끊임없이 일을 벌인다. 한국 보쌈과 멕시코 부리토를 결합한 ‘쌈 바’를 열고, 등받이 없는 의자를 놓곤 하루에 손님 12명만 받는 ‘코’도 연다.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슬럼프가 찾아오지만 그는 버틴다. “기분은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졌고, 스트레스는 더욱 쌓여만 갔다. 그래서 셰프들만의 해결 방법을 동원했다. 그건 바로, 그저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저자는 2010년, 2012년 주간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고, 올 5월 ‘음식의 오스카상’인 제임스비어드상 최우수 요리사상을 수상했다. 아직 꿈을 못 정한 청년은 그의 성공 스토리에 마음이 움직이고, 요리가 취미인 사람은 그가 특별 공개한 모모푸쿠 레시피를 흉내 내기 바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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