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행하는 폭탄주는 미국 ‘보일러메이커(Boilermaker)’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맥주가 담긴 잔에 싼 위스키 잔을 넣고 단숨에 마시거나 독한 위스키를 먼저 마시고 곧이어 맥주를 들이켜는 방식이다. 박재환 교수에 따르면 182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 주 린 지역의 구두 가게에서는 0.47L 정도의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돈이 일당에 포함돼 있었다. 같은 시기 운하와 철로 공사에 투입된 아일랜드계 비숙련 노동자들은 극도로 힘든 작업 환경 가운데서도 매일 4∼6차례 술을 마시며 휴식할 수 있는 ‘위스키 브레이크’를 보장받았다. 술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920년대 초 미국 몬태나 주의 아름다운 전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도 동네 펍에서 바텐더가 맥주잔에 위스키잔을 퐁당 떨어뜨려 건네준 폭탄주를 주인공 형제가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보통의 미국인들은 독한 술을 즐기거나 서로 권하지 않기 때문에 위스키 대신 각종 음료를 맥주에 섞어 마시기도 한다. 발포성 음료를 섞은 진저에일(Ginger ale)이 그런 술이다. 맥주에다 탄산음료를 섞으면 빨리 취하기 때문에 폭탄주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은 또 맥주에다 레몬이나 고추, 계피 등을 섞은 ‘섄디개프(Shandy Gaff)’를 마시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 제정러시아에서는 시베리아에서 나무를 자르던 벌목공들이 추위를 이기려고 보드카를 맥주에 섞었다는 설도 있다. 이런 폭탄주를 러시아에선 요르시(Ёрш)라 부르는데, 순식간에 취기가 오르고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지기 때문에 ‘영혼을 빼 가는 술’이라는 악명을 지니고 있다.
날씨가 추운 북유럽에서도 폭탄주가 한때 유행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에서는 맥주에 독일 양주를 섞은 술이 폭탄주의 기원이 됐다. 그 명칭은 잠수함을 뜻하는 ‘서브머린(Submarine)’이었다. 199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의 주민들이 폭탄주를 즐긴다는 뉴스가 당시 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는 폭탄주를 잠수함 공격용 폭뢰에 비유해 ‘뎁스 차지(Depth Charge)’라고 부른다. 멕시코에서는 맥주에 같은 양의 토마토주스를 섞어 마시는 ‘레드아이(Redeye)’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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