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 길이 짧고 어깨끈 사이 좁은 ‘여성용’ 따로 나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등산 초심女를 위한 배낭 고르기

‘등산 대중화’에 따라 등산객 중 여성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등산장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산행 중 애를 먹는 여성 등산객도 덩달아 눈에 많이 띈다. 적당한 용량의 배낭을 자신의 몸에 맞춰 구매해야 산행이 고행이 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롯데마트 제공
‘등산 대중화’에 따라 등산객 중 여성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등산장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산행 중 애를 먹는 여성 등산객도 덩달아 눈에 많이 띈다. 적당한 용량의 배낭을 자신의 몸에 맞춰 구매해야 산행이 고행이 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롯데마트 제공
“자기야, 우리도 산으로 단풍 구경 가자.”

남자친구의 이 같은 요구에 별생각 없이 ‘오케이’를 외친 후 고민 중인 여성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등산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등산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서둘러 구해야 하는 긴급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등산 대중화와 올레길 걷기 열풍 등에 힘입어 아웃도어 활동과는 거리가 있을 법한 도시 여성들도 아웃도어 용품 매장을 자주 기웃거린다. 게다가 지금은 단풍철 아닌가. 시기적으로 산을 찾아 떠나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으니 등산을 즐기지 않더라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을 이유는 충분하다.

굳이 히말라야 등정이 아니더라도 국내 유명한 산을 한 번 찾아가려면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다. 등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웃도어 의류와 등산화. 여성 고객이라면 기능성은 물론이고 디자인과 색상까지 꼼꼼히 따져 갖췄을 것이다. 패션에 민감한 여성이라면 모 아웃도어 의류 TV광고에서 나왔듯 ‘산에도 시선이 많으니’ 신경을 많이 썼을 테다.

이제 배낭을 고를 차례. ‘색깔 예쁘고 가벼운 걸로 적당히 둘러메면 그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면 큰일이다. 아웃도어 매장 직원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오는 여성 고객 때문에 난감해할 때가 적지 않다. 등산을 앞둔 여성 초심자가 꼭 기억해야 할 ‘배낭 고르는 법’에 대해 아웃도어 용품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 봤다.

‘여성용’ 있는지 확인… 제대로 메 봐야 사이즈 알아

허리벨트는 골반 뼈를 감싸도록 하고 어깨끈은 들뜨지 않게 길이를 조정한다.(왼쪽) 두툼한 쿠션이 달린 허리벨트(오른쪽 위)와 어깨끈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된 등판.(오른쪽 아래)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제공
허리벨트는 골반 뼈를 감싸도록 하고 어깨끈은 들뜨지 않게 길이를 조정한다.(왼쪽) 두툼한 쿠션이 달린 허리벨트(오른쪽 위)와 어깨끈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된 등판.(오른쪽 아래)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제공

“앗, 이게 디자인도 깔끔하고 예쁘네요. 다른 색깔도 있나요?”

여성 고객이 심각한 표정으로 등산용 배낭이 진열된 매장 이곳저곳을 헤매다 탄성과 함께 눈에 띄는 배낭을 집는다. 하지만 이 제품은 ‘암벽등반용’ 배낭일 확률이 높다. 다른 배낭들과 달리 바깥쪽에 치렁치렁한 끈이 달려 있지 않아 세련돼 보이기 때문이다. 암벽용 배낭들은 암벽등반을 할 때 바위틈에 배낭이 끼는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을 모두 떼어낸 것이다.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용량이 작고 일반 산행 땐 짐의 무게를 받쳐주지 못해 어깨에 부담을 주기 쉽다.

종종 등산에는 적당하지 않은 도심용 패션 배낭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여성들도 있다. 패션 배낭 메고 산에 오르면 산 중턱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지 모른다. 이처럼 배낭 고르기의 기본은 용도에 맞는 배낭을 고르는 것이다.

배낭 용량은 보통 리터(L)로 표시한다. 일단 큰 것만 찾는 남성 소비자에 비해 여성 소비자는 가능하면 작은 배낭을 고르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너무 작은 배낭에 짐을 꾹꾹 눌러 담으면 배낭이 뚱뚱해지면서 더 무겁게 느껴지게 되고, 물건을 꺼내고 넣기도 불편하다.

당일 등산용이라면 25∼30L 사이가 적당하고, 산에서 1박 또는 2박을 한다면 40L 이상의 중대형 배낭이 필요하다. 큰 배낭은 용량이 80L나 된다.

용량을 정했다면 몸에 맞는 배낭을 고르는 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배낭의 ‘등판 길이’와 ‘양 어깨끈 사이의 간격’이 사이즈 맞는 배낭 고르기의 핵심이다. 등판 길이는 사람의 골반 뼈에서부터 목뼈 시작 부분까지로 배낭에서는 허리벨트에서부터 어깨끈 시작 부분까지로 보면 된다.

“용량과 사이즈를 같은 것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아요. 30L짜리 배낭이 필요했다면 무조건 그 용량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30L보다 조금 작거나 크더라도 자신의 등판 길이와 어깨넓이를 고려한 사이즈의 배낭을 택해야 합니다. 특히 여성 고객 중에 사이즈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남성용 사이즈 배낭을 사셨다면 백이면 백 중고장터에 내놓게 돼 있습니다.”(김영근 오케이아웃도어닷컴 동대문지점 매니저)

▼ 온라인 구매보다 매장찾아 설명 듣고 직접 메보는 게 좋아

사이즈 고를 때 ‘여성용’이 따로 있는 브랜드는 꼭 여성용으로 택해야 한다. 여성 등산객이 급격히 늘자 몇 해 전부터 몇몇 브랜드 제품은 남성용과 여성용을 구분해서 내놓고 있다. 여성용은 등판 길이가 짧고 양쪽의 어깨끈 사이가 좁다. 남성·여성 구분 없이 나오는 제품들은 등판 길이와 어깨끈 사이 폭에 대해 더 신경 써서 메 봐야 한다. 제품에 따라 어깨끈의 위치를 옮겨 등판 길이를 조절할 수 있게 나오기도 한다. 처음에 조절하는 일이 번거로울 수 있어도 알맞은 사이즈의 배낭을 사면 ‘배낭을 메다 몸에 안 맞아 불편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덜 수 있다.

등판 길이를 고려해 배낭을 메 볼 때는 허리 양쪽의 골반 뼈 위에 허리벨트를 감은 후 어깨끈 길이를 조정해 메도록 한다. 이때 등판 길이가 짧으면 어깨에 짐 무게가 지나치게 실리고 등판 길이가 길면 어깨끈이 떠서 무게 분산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간혹 허리벨트를 골반 위쪽이 아닌 허리에 감는 등산객이 있는데 이럴 경우 무게 분산 효과가 적고 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배낭 등판에 들어간 프레임은 강할수록 짐을 잘 받쳐주고 하중 분산 효과가 크지만 동시에 프레임 자체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단점이 있다. 프레임이 활처럼 휘어져 등에서 살짝 뜨는 형태로 통풍이 잘 되도록 만든 제품을 시원한 맛에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배낭은 무게를 분산하지 못해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짐이 적은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조 주머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배낭의 주요 수납공간이 아닌 배낭 앞쪽이나 옆쪽에 보조 주머니가 많이 달린 것도 있고 하나밖에 없거나 아예 없는 것도 있다. 보조 주머니가 없는 깔끔한 형태를 좋아하는 고객도 있고, 산행 도중 간식이나 물통을 쉽게 꺼내기 위해 다양한 보조 주머니가 달린 배낭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보조 주머니에 물건들을 구분해서 보관하면 편리한 점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짐이 나뉘어 있으면 하중이 분산되기 때문에 체력이 더 소모된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많은 보조주머니는 원가를 높이고 배낭의 무게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니 꼭 필요한 보조 주머니가 한두 개 달린 게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구매 땐 더 신중해야… 처음엔 고가 피할 것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제공
배낭은 매장을 방문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직접 메 본 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온라인 등을 통해 사게 된다면 앞서 설명한 주의사항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디자인만 보지 말 것 △용도에 맞는 용량을 고를 것 △여성용이 있는지 확인할 것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고려할 것 △등판 프레임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읽어 볼 것 등이다. 특히 제품 설명만 보고는 배낭의 사이즈가 자신의 몸과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등판의 어깨끈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걸 골라야 실패할 확률이 적다. 또 간혹 체구가 작고 허리가 가는 여성이 대용량 배낭을 멨을 때 허리벨트 길이를 가장 짧게 해도 허리에 맞지 않고 헐렁해 배낭을 못 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큰 배낭을 살 땐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매장을 찾는 게 좋다.

아웃도어 용품 전문가들은 여성 고객이 처음부터 너무 크거나 다양한 기능이 달린 배낭을 사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고가 제품은 가격대가 지나치게 높고 전문적인 등산을 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없어도 되는 기능이 많기 때문이다. 김영근 매니저는 “배낭을 사서 등산을 여러 차례 하다 보면 현재 메고 있는 배낭의 어떤 점이 불편한지 느끼게 될 것”이라며 “다른 사람 배낭도 한 번 빌려 메 보고 여러 가지 배낭을 보며 안목을 기른 후에 꼭 필요한 제품을 사면 오랫동안 즐겨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레인커버가 포함된 가방인지도 확인하는 게 좋다. 갑작스레 비가 내릴 때 레인커버가 없으면 배낭이 젖어 매우 무거워진다. 따라서 레인커버를 항상 휴대하는 게 좋은데 레인커버가 달려 있지 않은 배낭을 샀다면 따로 구입해야 한다.

최근 배낭 색상이 다양하게 나온다는 점은 여성 등산객에겐 희소식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3, 4개 색상이 있고 여성을 위해 주황색 분홍색 등의 밝은 색 배낭도 많이 출시됐으니 잘 찾아보도록 하자. 하지만 용량과 사이즈를 먼저 고른 후 색상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자.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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