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야구는 개인기의 스포츠이자 팀워크의 스포츠”라며 입이 마르도록 야구 자랑을 해왔다. 점잖은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를 지내면서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임을 과시했다.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후에도 두산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나머지 8개 구단 팬의 민심 관리는 어떻게 하려고 저럴까.
책을 읽으면 저자의 유별난 야구사랑이 이해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얼떨결에 뛴 동네 야구경기에서 플라이 볼을 2개나 잡으며 야구에 푹 빠졌다. 재능은 부족했는지 중학생 때 ‘주전자 선수’(후보 선수)로 열심히 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둬야 했다.
그래도 야구로 얻은 게 많았단다. 1985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며 고려대 성균관대 한신대 교수들이 적극 움직일 때 서울대 교수들은 주저하고 있었다. 그는 파울볼을 맞고 퉁퉁 부은 얼굴로 경기했던 용감함과 대담함으로 총대를 멨다. 미국 대학교수 면접 때도 면접관의 곤란한 질문을 피하려고 야구 이야기로 시간을 끌었더니 어렵지 않게 임용됐단다.
50여 년 야구사랑으로 풀어낸 그의 야구 철학은 이렇다. “야구는 시즌 중 100경기를 훨씬 넘게 치르기 때문에 승리와 패배는 항상 존재하고 선수들 역시 추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한 해를 버텨낸다. 오늘 이겼지만 바로 내일 패할 수 있고 오늘 추락했어도 내일 솟아오를 수 있다. 그렇게 수많은 기쁨과 좌절, 행복과 고통 속에서 묵묵히 결승전까지 걸어가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저자의 사주엔 ‘운이 꽉 찬 놈’이 있단다. 자신의 버킷리스트로 꼽았던 미국 메이저리그 시구를 했고, 좋아하는 야구를 책으로 썼고, 일명 ‘야구여신’ 김민아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와 만나 대담까지 했으니 맞는 말 같다. 그가 뽑은 야구의 꽃은 투수. 그도 투수가 전력투구를 하듯 힘껏 책을 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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