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너블: 아름답고 기괴한 패션의 역사
바버라 콕스 외 3인 지음·이상미 옮김/264쪽·3만6000원·투플러스북스
세상의 모든 예쁜 것은 여자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예쁜 옷과 장신구를 두른 아름다운 여인들의 그림과 사진으로 가득한 이 책 역시 애서가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이 패셔너블(fashionable)하다고 여겨 온 유행 아이템들을 모아놓은 패션의 역사다. 역사 속에서 유행한 옷 모자 액세서리 신발 안경 가발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물론 그에 얽힌 역사와 사회상, 인물 이야기까지 충실하게 담아 교양 역사서와 고급 패션 화보를 적절히 결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10cm 높이의 붉은색 굽이 달린 남성용 하이힐, 코르셋으로 꽉 졸라맨 16인치 개미허리, 구불구불하고 거대한 남성용 가발, 허리 아래로 풍만하게 부풀린 스커트처럼 당대를 풍미한 스타일은 그때로서는 가장 혁신적이고 아름답다고 여겨졌다.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패션이 있는가 하면 그다지 멋있지도 않은데 착용이 불편하기만 한 기괴한 패션도 있다. 아름다움과 기괴함 사이를 오가면서도 결정적으로 품위를 잃지 않는 책 속 그림과 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지금도 여성의 가는 허리를 아름답게 여기지만 19세기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하녀 없이는 코르셋을 빈틈없이 졸라맬 수 없었기 때문에 코르셋은 주로 부유층 여성의 것이었다. 예쁘게 보이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지만 코르셋은 건강에도 지장을 줄 정도였다. 당시 의사들은 코르셋을 심하게 조이면 딸기코와 간 기능 저하, 두통, 어지럼증, 변비, 소화불량, 히스테리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입는 사람이야 고통스러웠겠지만 책에 실린 각양각색의 잘록한 코르셋 사진과 허리가 16인치에 불과했던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트 황후 초상화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발한다.
20세기 유명 여배우들의 흑백 패션 화보도 이 책을 예쁘게 만들어 준다. 1939년 미국의 무성 영화 배우 필리스 고든이 영국 런던의 거리에서 여우 목도리를 두른 채 목줄을 묶은 애완용 치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진은 그 자체로 카르티에 광고를 보는 듯하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 데이지가 입었을 법한 매혹적인 잠옷을 입은 미녀들, 영국의 톱모델 타냐 말리가 쓴 빳빳한 망사 모자도 볼만하다.
물론 패션을 중시한 역사 속 남성들의 그림도 있다. 색색의 반바지 혹은 스커트와 타이츠, 거대한 장식이 달리고 굽이 높은 구두, 레이스 러프(주름을 잡아 만든 칼라)가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움과 기괴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패션을 관찰하다 보면 19세기 영국의 수필가 윌리엄 해즐릿의 말이 정곡을 찔렀음을 알 수 있다. “패션은 천박함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고상함이며, 언제 다시 붙잡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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