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피란촌 아이들… 그래도 따뜻한 동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6일 03시 00분


◇아미동 아이들/박현숙 글·마수민 그림/202쪽·1만3000원·국민서관

국민서관 제공
국민서관 제공
남의 묘지 위에 집을 짓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 같으면 ‘세상에 이런 일이!’란 TV 프로에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6·25전쟁 때, 사람들이 피란을 떠나 모여든 곳이 부산입니다. 살 집은커녕 천막을 칠 땅조차 부족합니다.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일본인 공동묘지였던 산자락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산 사람 몸 하나 누일 땅이 필요했으므로 묘지 위에 천막을 치기 시작합니다. 그곳이 아미동입니다.

이 책은 이 아미동에 터를 정한 피란민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영천에서 피란 온 순동이, 충청도에서 피란 온 동수가 이웃해 삽니다. 그리고 또 한 명, 말이 없는 수도집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순동이는 그 아이를 어디선가 본 듯하고, 동수는 그 아이가 마냥 좋기만 합니다. 말 붙여 보고 싶지만 마음뿐인 동수의 모습은 어느 시대나 볼 수 있는 사춘기 아이 그대로입니다.

수도집 여자아이는 사실, 일본인입니다. 할아버지와 부산에서 둘이 살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미동 묘지에 묻었는데 8·15 광복이 찾아왔습니다. 그 유골을 모셔 가려다가 일본 귀국 길을 놓쳐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묘지 위에 집이 서 버리고, 점점 더 유골을 찾을 길이 막막해져버렸습니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광복 몇 해 전부터 6·25전쟁이 끝날 때까지입니다. 역사가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칠 때죠. 내 편과 네 편이 치열하게 나뉠 때입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았을까 하는 고민에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볼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모르게 좋아한 아이가 알고 보니 일본인입니다. 무조건 미워하고 싶지만, 알고 보니 자기들이 살고 있는 곳이 그 아이 할아버지 무덤 위입니다. 역사 앞에서 인간이 참 불쌍해지는 순간입니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 사실의 전달보다 아이들의 마음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읽는 이가 편안합니다. 여기 나오는 아이들, 지금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느 시대나 아이들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아미동 아이들#피란민 아이들#묘지#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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