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최애리 옮김/304쪽·1만8000원·마티
애서가라면 탐낼 만하다. 구텐베르크에 의한 인쇄술 혁명이 발생하기 전 서양에서 책은 정말 진귀하고 값비싼 것이었다. 종이가 보편화하기 전엔 파피루스 두루마리와 밀랍을 칠한 목판, 점토판, 양피지에 직접 글을 적어야 했다. 손으로 옮겨 적는 일을 하는 사람을 필경사라고 한 것은 밭을 가는 것처럼 힘들었기 때문이다. 중세 필경사들은 하루 평균 세 쪽만 필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중세에 성서 한 권을 만드는 데는 200마리의 양(양피지)과 수십 마리의 거위(깃털 펜), 필경사의 18개월 작업이 필요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당시 집값의 20%에 해당했다. 이렇게 비싸다 보니 399권의 양피지 책을 보유한 합스부르크가의 왕녀 마르그리트 도트리슈가 중세를 대표하는 장서가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은 이처럼 책이 귀하던 시절 책에 얽힌 이야기와 더불어 190개의 컬러 도판으로 옛날 책의 눈물겨운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금판에 온갖 보석으로 표지를 장식한 책, 도난 방지를 위해 쇠사슬을 달아 놓은 책, 화려한 채색과 무늬로 장식된 책과 그 제작 과정을 담은 다양한 이미지가 담겼다.
2006년 초판 5000부가 전량 소진돼 절판 상태였는데, 워낙 찾는 사람이 많아 보급형으로 판형을 줄여 새로 출간했다. 출판사 측은 책의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취지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아날로그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가공’을 한다는 각오로 제작비를 아끼지 않았지만 가격은 7년 전 그대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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