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음악을 듣는건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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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
홍승찬 지음/244쪽·1만3000원/책읽는수요일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예술경영학)인 저자가 음악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음악가 33명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원전을 뜻하는 BC는 ‘비포 크라이스트(Before Christ)’의 줄임말. 여기에 빗대 테너에게 BC는 ‘비포 카루소’, 소프라노에게는 ‘비포 칼라스’, 첼로에서는 ‘비포 카살스’다. 이 중 파블로 카살스는 첼로 레퍼토리 가운데 특히 중요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를 처음 발견했고 평생을 바쳐 이 곡의 해석과 연주법을 연구했다. 그에게 이 작품은 일상의 명상이자 기도였다.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는 독일 가곡에 관한 한 높은 경지에 올랐지만 무대 위에 설 때마다 다른 성악가들이 부른 음반을 듣고 또 들었다. 정확하고 빈틈없는 그를 위해 외르크 데무스, 다니엘 바렌보임, 알프레드 브렌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까지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들이 기꺼이 그의 반주자로 무대에 섰다.

가족과 와인, 첼로밖에 모르는 양성원의 성실함, 음악감상실을 홀로 차지하고 앉았던 작곡가 진은숙의 여고시절, 가곡 ‘명태’에 얽힌 작곡가 변훈과 바리톤 오현명의 인연도 흥미롭다. “내 노래는 말이 아니라 느낌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발을 위한 탱고가 아니라 귀를 위한 탱고에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피아졸라의 내밀한 인생은 그들의 음악에 한 발 더 가까이 가도록 이끌어준다. 책에 소개한 명곡의 음원을 담은 QR코드를 함께 수록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음악가#곡의 해석#연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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