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연구자가 함께 참여해 한국의 전통 차문화를 소개한 논문집 ‘다도와 한국의 전통 차문화’(아우라)가 출간됐다. 일본 노무라미술관이 나서 한국의 전통 차문화에 대한 논문집을 기획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노무라미술관은 일본 노무라금융그룹의 창립자인 노무라 도쿠시치(野村德七)가 수집한 미술품을 바탕으로 세워졌으며, 한국의 전통 다완(茶碗·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사발)과 한국 현대작가들의 다완을 전시해왔다. 이 미술관이 올해 발행한 연구지에 한국 차문화를 주제로 한 논문들을 실었고, 한국 차문화의 역사가 일본보다 오래됐다는 사실이 화제를 모으면서 한국에서도 단행본을 출간하게 됐다.
김상현 동국대 사학과 명예교수,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등 한국인 8명과 관젠핑(關劍平) 중국 저장농림대 인문학원 교수, 다니 아키라(谷晃) 노무라미술관장이 필자로 참여했다.
한국의 차문화는 ‘삼국사기’를 근거로 신라 선덕여왕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니 관장은 논문 ‘한국과 일본의 차 문화’에서 이를 밝히면서 “일본 문헌에서 차라는 문자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일본후기’의 815년 기록이다. 따라서 차문화를 받아들인 것은 한국이 일본보다 150년 이상 앞선다”고 썼다. 또 “늦어도 16세기 초 한국에서 만든 고려다완이 일본으로 건너가 차노유(茶の湯·일본 고유의 예의범절을 갖춘 차문화)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조선의 흙에 조선인 도공의 기술을 더함으로써 차노유가 추구하는 고려다완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관젠핑 교수는 논문 ‘남송과 고려의 차 문화교류’에서 “고려인들의 연회에서는 차를 마시는 예의를 중시함으로써 그 리듬이 느릿해지고, 그로 인해 차가 식게 되지만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뜨거운 차를 즐겨 마셨다”고 설명했다.
정민 교수는 논문 ‘조선 후기의 차문화 개관’에서 “고려가 망하고 조선으로 접어들면서 중국을 통한 차 보급 통로가 막힌 데다 국내 생산은 저조해 차문화는 급격한 쇠락을 맞았다”며 “잊혀졌던 차문화는 18세기 다산 정약용 등에 의해 되살아났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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