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인체를 본뜬 청동조각상이 흩어져 있다. 대지의 소리를 듣고자 바닥에 엎드린 사람,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기 위해 천장에 매달린 사람, 벽에 기댄 채 생각에 잠긴 사람. 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기 홀로 존재한다.
조각가 배형경 씨(58)의 ‘알 수 없는 세상’은 개별 조각이 아니라 전체가 어우러진 풍경이 하나의 작품이다. 그는 시류를 쫓기보다 조각계의 비주류에 속하는 구상적인 인체 조각만 고집해온 여성 조각가. 그가 12월 6일까지 서울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서 ‘암시’전을 연다. 내면의 고뇌와 실존을 이야기한 조각 작업과 청동부조 작품도 내놨다.
자코메티와 로댕의 작업을 연상케 하는 거친 표면의 인체 조각들이 묵직한 울림과 자아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화랑 문을 나서기 전, 1층 계단 밑에서 발견한 웅크린 조각상이 존재의 쓸쓸함으로 마음을 파고든다. 02-549-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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