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만개한 1978년 어느 여름날의 고향집. 어머니, 아마 저는 그때 사진 찍히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나 봅니다. 저렇게 경직된 표정으로 입까지 삐쭉 내밀고 서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추측하건대 어머니와 사진을 찍느니 안 찍느니 하며 수차례 실랑이가 오갔을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정말 대책 없는 녀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진 속의 어머니는 그런 모습마저 사랑스러운 듯 환한 미소로 창을 밝히고 계십니다. 응석둥이에 울보, 참 키우기 버거우셨을 텐데 제 기억으로는 단 한 번도 매를 들지 않으셨고 욕 한마디 않으셨습니다.
늘 그렇게 환한 미소로 지켜봐 주실 것 같던 어머니께서 그날로부터 10년 후에 하늘나라로 가실 줄 누가 알았을까요?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늘 그런 회한을 가슴에 품은 채 어머니를 앗아간 병마를 원망해 보지만 어머니는 아주 멀리멀리 계십니다. 어릴 적 꿈인 대통령은 못 되겠지만 자동차로 모시고 다니며 효도하겠다던 꿈은 이룰 수 있었을 텐데요.
35년 전 고향집 바로 그 자리, 어머니께 안겨 드리고 싶은 녀석과 함께 섰습니다. 누가 봐도 부녀지간임을 의심할 수 없는 ‘붕어빵’인 제 딸입니다. 막내아들이 그때의 어머니보다 더 나이를 먹고 이렇게 딸까지 키우고 있으니 감개무량하시죠? 어쩌면 그 순간, 어머니도 하늘나라에서 잠깐 내려오셔서 그 옛날 저를 보시듯 저희들을 환한 미소로 보고 계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만 창을 쳐다봤답니다.
어머니! 이 녀석을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 품에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고향집 창이 아닌 하늘 창을 통해 여전히 바라보고 계실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오늘 밤 꿈속에라도 찾아오시지 않으시렵니까? 딸아이 손잡고 마중 나가렵니다. 그 어디까지라도, 밤을 꼬박 새운다 해도.
신철환 씨(경기 남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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