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Book 김명희 기자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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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1월 6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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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한없는 사랑, 이제 돌려드릴게요”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녹내장 증세가 있는 어머니의 눈동자엔 푸른 상자가 들어 있다. 지금까지 봤던 것들이 몽땅 들어 있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아들에게 묻는다. “근데 이제 몽땅 잊어버려도 괜찮지?” 아들이 말한다. “그럼, 괜찮고말고. 살아 있기만 하면.” 낙향한 대머리 만화가가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웃기면서도 가슴 짠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냈다. 결혼 후 남편의 고약한 술버릇에 시달리면서 두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망한 후 서서히 시작된 치매로 과거의 기억을 잃어가고,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저자 오카노 유이치는 도쿄의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거품 경제가 꺼지기 시작할 즈음 고향 나가사키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자신이 일하는 지역 정보지에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한 어머니와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 연재했다. 이를 묶어 자비를 들여 조촐하게 출간했는데 뜻밖의 큰 호응을 얻었다. 나가사키 지역 서점에서 1위를 하고, 이어서 서일본신문사를 통해 정식 출간된 후, 페이스북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으며 영화로도 제작돼 곧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페코로스는 ‘작은 양파’라는 뜻으로, 대머리인 저자의 필명이다. 글·그림 오카노 유이치, 옮긴이 양윤옥, 라이팅 하우스, 1만2천5백원


매일매일 즐거운 일이 가득
햇살 좋은 아침에는 반짝반짝하게 창문 닦기, 서랍 정리는 좋아하는 취미처럼, 추억이 깃든 물건들은 두고두고 소중하게 사용하기, 평범한 음식일수록 시간 들여 요리하기, 피곤할 때는 정성껏 끓인 차를 천천히 마시며 몸도 마음도 힐링하기….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라고 불리는 저자가 일상을 행복하게 채우는 소소한 디테일들을 알려준다.
글 구리하라 하루미, 옮긴이 이은정, 인디고, 1만3천5백원


사랑책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뜨거운 가슴을 갖고 있다면 두려울 것도, 화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상처에 대한 사전 처방으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공주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유배당한 곳에서 커피를 발견해 성자로 추앙받게 된 북예멘 수도사의 전설을 매개로 커피와 사랑의 공통점을 추론해내기도 하고, 임종을 앞둔 이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예술 작품 속 다양한 사랑 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글 장상용, 21세기북스, 1만3천원


명문가에서의 하룻밤
해 질 녘 밥 짓는 냄새, 바람에 문풍지 떨리는 소리, 낡고 갈라진 벽 틈새에 스며 있는 이야기들…. 명문가 고택 체험은 단순히 건물만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깃든 정신까지 생각하고 배울 수 있어 그 어떤 교육보다 실제적이고 감동적이다. 책에는 강릉 선교장, 봉화 만산 고택, 안동 농암 고택, 전주 양사재 등 유서 깊은 명문가 고택 21곳의 역사와 구조, 체험 정보 등이 수록돼 있다. 글·사진 여태동, 김영사, 1만2천원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가 우정을 나누고, 피카소와 달리가 예술을 논한다. 19세기 말~20세기 초 파리는 예술 문화가 번창하고, 거리에는 우아한 복장을 한 신사숙녀가 넘쳐났다. 얼마나 좋았으면 벨 에포크(La 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라고 했을까. 댄디즘, 쇼퍼, 이리저리 쏠리는 군중…. 그림 에세이스트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지금 이 시대와 시공의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닮은 벨 에포크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감성을 현재의 눈으로 살핀다. 글 이주은, 이봄,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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