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중의 종가 ‘불천위 종가’를 아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7일 03시 00분


국학진흥원-경북도 8일 종가 포럼

경주 양동마을의 여강 이씨 무첨당 종가에서 불천위로 모셔진 회재 이언적(1491∼1553)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경주 양동마을의 여강 이씨 무첨당 종가에서 불천위로 모셔진 회재 이언적(1491∼1553)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경북 안동에 있는 진성 이씨 퇴계 종가는 명망 있는 종가다. 그런데 퇴계 이황(1501∼1570)의 조부는 삼형제 중 막내였고, 퇴계도 일곱 형제 중 막내였다. 장남이 아님에도 퇴계가 종가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죽은 뒤 불천위(不遷位) 조상으로 추대돼 새로운 문중을 결성할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종가라고 하면 10대(代) 이상의 조상을 모시고 맏이로만 이어온 큰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불천위 신위(神位)를 모시는 사당(가묘)이 있어야 종가가 될 수 있다. 이런 종가를 ‘불천위 종가’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한국국학진흥원과 경북도는 8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불천위, 만리를 가는 사람의 향기’를 주제로 제6회 종가포럼을 연다. 대중에겐 생소한 개념이지만 종가의 핵심인 불천위를 소개하고 불천위 선현들이 남긴 정신문화를 조명하는 자리다.

전통적으로 4대 봉사 원칙에 따라 집집마다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까지만 제사를 지낸다. 4대를 넘기면 사당에 안치된 신주를 땅에 묻고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예외가 바로 ‘옮기지 않는 신위’라는 뜻의 불천위다. 쉽게 말하면 오늘날 스포츠 분야에서 탁월한 선수를 기리기 위해 운영하는 ‘영구결번’ 제도와 비슷하다. 불천위는 자손대대로 천년만년 제사를 받들 수 있고 불천위 제사는 특별히 큰제사(大祭)라 부르며 우대한다.

그렇다면 어떤 인물이 불천위가 됐을까. 먼저 문묘(공자묘)에 배향되거나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일 경우 자동 추대되는 ‘국(國)불천위’가 있다. 퇴계가 이에 해당한다. 또 지역유림의 추대로 결정되는 ‘향(鄕)불천위’도 있다. 한 종가에 불천위 조상이 두 명 이상인 경우도 있다. 1960년대 이후 새로 불천위로 추대되는 경우는 사라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 불천위는 279위가 있으며 이 가운데 경북지역에만 절반이 넘는 152위가 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민속학)은 “경북지역 불천위 인물 152명을 분석해보니 한결같이 청렴하고 백성을 보듬고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종가포럼에서는 각 종가의 종손과 종부가 참석한 가운데 이창기 영남대 교수의 기조강연 ‘종가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가능성 모색’과 김 책임연구위원의 논문 ‘종가에서 불천위가 갖는 의미’가 발표된다. 불천위를 소재로 한 공연, 영상물 상영, 유물전, 사진전도 이어진다. 054-851-0712∼4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종가#불천위 종가#제6회 종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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