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철 교수 “한시의 미학 쉽게 알리는게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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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 관련 번역서-연구서 동시에 펴낸 임준철 조선대 교수

지난달 나란히 출간한 번역서 ‘중국시가의 이미지’와 연구서 ‘전형과 변주’ 두 질을 들고 있는 임준철 조선대 국문과 교수. 임 교수는 “현대시 이론의 핵심인 이미지즘은 미국의 동양학자 어니스트 페넬로사가 20세기 초 서구에 소개한 중국 한시의 묘미를 터득한 결과였다”며 “학계에선 심상이라는 일본식 번역어를 의상(意象)이라는 동양 전통 표현으로 많이 바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나란히 출간한 번역서 ‘중국시가의 이미지’와 연구서 ‘전형과 변주’ 두 질을 들고 있는 임준철 조선대 국문과 교수. 임 교수는 “현대시 이론의 핵심인 이미지즘은 미국의 동양학자 어니스트 페넬로사가 20세기 초 서구에 소개한 중국 한시의 묘미를 터득한 결과였다”며 “학계에선 심상이라는 일본식 번역어를 의상(意象)이라는 동양 전통 표현으로 많이 바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지난달 두툼한 한문학 책 두 권을 동시에 받았다. 하나는 47세에 요절한 중국의 천재적 문학이론가 천즈어(陳植鍔·1947∼1994)의 대표작 ‘중국시가의 이미지’(한길사)를 번역한 책. 영국 출신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에즈라 파운드가 주창한 이미지즘이 중국 시가(詩歌)에서 이미 의상론(意象論)으로 선취돼 있었음을 논한 책이었다. 의상(意象)이란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상을 세워 자신의 생각을 온전하게 표현한다(立象以盡意)’는 구절에서 따온 말로 이미지에 대응하는 동양 전통 미학 용어다. 다른 하나는 임준철 조선대 교수(43)가 우리 한문학계에서 금기시하거나 경원시했던 주제를 다룬 논문을 모은 ‘전형과 변주’(글항아리)였다. 》

대중적이진 않아도 내공이 탄탄한 책이라 묶어서 소개할까 하다가 하나는 중국 한문학, 다른 하나는 조선 한문학 책이라 덮었다. 뒤늦게 ‘중국시가의 이미지’도 임 교수가 번역한 책임을 알았다. ‘중국시가의 이미지’는 1054쪽, ‘전형과 변주’는 637쪽으로 1700쪽 가까운 분량의 책 두 권을 동시에 출간한 셈이다.

“‘중국시가의 이미지’는 10년 전 원문의 초벌 번역을 마쳤지만 인용한 글의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전공자가 아니면 읽기 힘듭니다. 그래서 해당 한시의 출처와 전문을 최대한 실으려 하다 보니 역주를 2000여 개나 달게 됐고, 해당 한시의 이미지를 최대한 전달하려고 관련 그림까지 모으다 보니 도판도 60여 컷이나 들어가게 됐습니다. 여기에 요절한 저자의 유족으로부터 저작권 허가를 얻느라 출간 시기가 늦춰졌는데 우연히 제 연구서 출간과 일치한 것입니다.”

임 교수의 부친은 조선시대 연행록과 국내 가사문학을 집대성한 임기중 동국대 명예교수. 가학을 계승해서인지 연구 태도가 근면성실 그 자체다. ‘중국시가의 이미지’를 번역하면서도 혹여 오역하지 않을까 싶어 책 뒤편에 실은 참고문헌 500여 권의 해당 내용을 꼼꼼히 확인했다고 한다.

학자로서 평생 연구주제를 정리했다는 ‘전형과 변주’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금기시했던 주제로 가득하다. 원래는 타인의 죽음을 접하고 애도하면서 짓는 만시(挽詩)를 자기 자신에게 바치는 자만시(自挽詩), 스스로의 초상화를 그리고 그에 대한 글을 남기는 자화자찬(自畵自讚), 고려시대까지 성행했지만 조선시대 혹세무민이라고 금지했던 환술(幻術·마술)에 대한 기록, 무뢰배라고 경원시했던 협객에 대한 글들…. ‘전형과 변주’라는 제목보다 ‘금기와 도전’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성싶은 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긴 문학작품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게 한시(漢詩)입니다. 하지만 한문을 모르는 오늘날 한국인들이 그 묘미를 터득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학자로서 제 목표는 이런 한시의 미학을 현대인들이 쉽게 접하고 흥미롭게 다가서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인에게 익숙한 이미지가 한문학에선 시서화 일체의 경지로 녹아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고, 현대인 못지않게 강렬한 자의식을 지닌 시인들의 작품부터 알리고 싶었습니다.”

임 교수는 ‘전형과 변주’에 언급된 주제를 각각 한 권의 단행본으로 엮고 있다고 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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