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제이자 화가인 김태원 신부(62·원주교구 흥업성당)가 13∼2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수호갤러리에서 ‘생명’ 그림 전을 연다. 전시에는 145점이 출품됐다. 유난히 연작이 많다. ‘인간의 외면’ 시리즈는 무려 70점, ‘인간의 내면’ 시리즈는 24점에 이른다.
두 작품으로 구성된 ‘교황 그 사실과 진실’은 파격적이면서도 흥미롭다. 작품들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한쪽은 정복, 다른 쪽은 수인번호 ‘13313’이라고 적힌 죄수복을 입고 있다. 작품은 나무에 여러 색의 안료를 뿌려 고착시킨 건칠분(乾漆粉) 기법으로 제작됐다.
“13313은 교황이 선출된 2013년 3월 13일을 가리킵니다. 교황의 여러 칭호 중 하나인 ‘종들의 종’에서 힌트를 얻었죠. 이분이 교황이 되는 순간 바로 모든 사람을 위한 죄수가 된 겁니다.”
김 신부는 1979년 프랑스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파리국립미술학교를 다녔다. “유학 시절 예술가들과 교류하다 미술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신부뿐 아니라 화가 팔자도 있었나 봅니다. 허허.”
그는 화가로 작업하면서 특히 전통 옻칠에 매료됐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들은 100년 정도 자란 잣나무를 15년 동안 건조시켜 만든 그림판에 삼베를 붙인 후 그 위에 참숯가루를 바르고 다시 황토분을 옻칠과 섞어 바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옻칠 작업을 하면 작품이 1000년 이상 유지됩니다. ‘내 방 안에 있는 범고래상어’라는 작품은 아예 수족관에 넣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옻칠 작품의 질감이 얼마나 좋고, 내구성도 뛰어난지 한번 보라는 거죠.”
신부와 화가, 그리고 몇 년간의 스님 닮은 산골 생활로 화제를 모은 그는 작품과 자신이 매달려온 삶의 주제를 이렇게 말한다. “생명,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좋은 거죠.” 031-713-0287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