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희숙 작가 아들이 최근 출간
당초 신문연재물로 집필했지만 “여자는 창부기질” 발언으로 무산
1960년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신문 연재가 무산됐던 소설 작품이 40여 년 만에 원래 제목을 달고 출간됐다.
소명출판은 최근 소설가 최희숙(1938∼2001·사진)의 장편소설 ‘창부(娼婦)의 이력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창부 같은 위선적 삶을 사는 여성 지우와 이를 바라보는 여대생 경아의 사랑과 연애를 그린 작품. 원래 이 작품은 1965년 1월 국내의 한 신문에 연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작가가 연재에 앞서 “여자는 모두 창부 기질을 가졌고, 거기에 놀아나는 사내들은 얼간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여성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결국 1회분도 실리지 못했다. 당시의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작품에 대한 검토나 토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연재 자체가 무산된 것.
작가는 같은 해 11월 ‘창부의 이력서’(청춘사)라는 책을 펴냈지만 이는 단편소설로 애초 구상한 신문 연재물은 아니었다. 작가의 아들 김홍중 씨는 “당시 신간 출간을 알리는 신문광고까지 실렸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머니도 이 책을 보관하고 계시지 않았다”고 했다. 신문 연재를 위해 쓴 장편소설은 이듬해 ‘사랑할 때와 헤어질 때’(문교출판사)라는 다소 엉뚱한 제목으로 출간됐다.
당대의 현실에 환멸을 느낀 작가는 이후 결혼 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1978년까지 작품 활동을 일절 하지 않다가 ‘여자의 방’(1979년) ‘빈잔의 축제’(1980년) ‘반행’(1985년)을 발표했다. 작가의 별세 이후 아들 김 씨가 ‘사랑할 때와 헤어질 때’를 보고 손수 타자를 쳐 문서파일로 만들면서 소설은 신문 연재 무산 48년 만에 원제 그대로 출간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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