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개관을 기념해 국내외 작가 70여 명을 소개하는 5개 전시가 13일 한꺼번에 막을 올린다.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마련한 ‘연결-전개’전을 중심으로 장르 융합을 시도한 ‘알레프 프로젝트’, 소장품 상설전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전, 현장제작 설치프로젝트, 건립 과정을 사진과 소리로 기록한 ‘미술관의 탄생’전이다. 최은주 학예팀장은 “미술관이 지향하는 개방성, 여러 요소의 접점, 예술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11일 프리뷰를 통해 공개된 개관 기념 특별전은 스펙터클한 작업이나 의외성으로 충격과 탄성을 자아내진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고른 수준에 현대미술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전시들이었다. 짜임새 있는 구성에 회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함으로써 관객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는 5가지 상차림을 펼쳐냈다.
한국 독일 미국 등 국내외 큐레이터들이 7개국 작가 7명의 작품을 선보인 ‘연결-전개’전에는 일본 모노하의 대표작가 스가 기시오부터 반전(反戰) 드로잉을 선보인 킴 존스(미국), 개발에 대한 저항을 시적으로 표현한 아마르 칸와르(인도), 디지털 시대를 거스른 아날로그 영상을 만든 타시타 딘(영국)이 참여했다.
영국 테이트미술관의 이숙경 큐레이터가 선택한 대만 출신 작가 리밍웨이는 관객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시각문화가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의 ‘소닉 블로섬’은 퍼포먼스 하는 사람이 곳곳을 돌아다니다 관객에게 ‘선물’을 받겠는지를 묻고 이를 수락하면 특별한 의자에 모셔놓고 슈베르트 가곡을 불러주는 작업이다. 이와 짝을 이루는 ‘움직이는 정원’의 경우 전시장에 놓인 생화를 관객이 가져가는 대신 그 꽃을 낯선 사람에게 선물할 것을 당부한다. 모르는 사람과 선물을 주고 받는 행위가 곧 치유의 경험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미술관 공간을 활용한 현장설치 프로젝트로는 ‘장영혜 중공업’팀의 한글을 이용한 텍스트 아트, 어릴 때 살던 한옥과 미국 유학 시절 집을 포개놓은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속의 집’ 등 내공 있는 신작이 눈길을 끌었다.
건축 디자인 과학 공연 미술 등 장르 간 소통을 보여준 ‘알레프 프로젝트’도 참신했다. 영국 건축가 겸 미디어아티스트 필립 비슬리는 사람이 다가가면 마치 살아있는 듯 촉수를 들어올려 응답하는 설치작품으로 ‘움직이는 건축’을 선보였다. 호주의 미생물학자와 예술가들이 협업한 ‘정교한 실험실’에선 현미경 등 과학기기를 활용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시각화하고 이를 관찰할 기회를 준다.
끝으로 정영목 서울대 교수가 기획한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전은 한국 미술의 발자취를 역사적 맥락으로 제시한 자리다. 미술관 소장품 7000여 점 중 고른 작품들이 시대 변화와 미술의 관계를 되짚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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