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교감… SF-추리 등 장르소설로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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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직장 관두고 불황의 출판계 투신한 안태민-박세진-이규승 대표

출판계 불황 속에서도 장르 문학 특성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신생 출판사 대표들. 이규승 온우주 대표(왼쪽)와 박세진 피니스아프리카에 대표는 자신들이 낸 책을 보여주며 “장르소설을 읽으면 진짜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출판계 불황 속에서도 장르 문학 특성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신생 출판사 대표들. 이규승 온우주 대표(왼쪽)와 박세진 피니스아프리카에 대표는 자신들이 낸 책을 보여주며 “장르소설을 읽으면 진짜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출판계에선 너도나도 책이 안 팔린다며 하소연인데도 멀쩡한 직장을 관두고 출판사를 차린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차린 출판사는 1∼3년밖에 안 된 신생 출판사지만 고정 독자층을 꾸준히 확보해 나가고 있다. 다양한 장르소설을 기다려온 팬들도 출판사 창업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겉모습은 아저씨지만 책 이야기만 꺼내면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그들을 만났다.

공상과학(SF) 전문 출판사 불새의 대표 안태민 씨(36)는 공무원 출신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지만 몰리는 일을 처리하느라 휴일도 없이 일했다. 승진 욕심이 없는 그에게 일은 강제노역이었다. 그때 읽은 책이 로버트 A 하인라인의 SF소설 ‘은하를 넘어서’였다. “소설 속에서 딸이 달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느냐고 아버지에게 묻자, 아버지는 ‘그건 네 문제가 아니냐’고 답합니다. 그때 울컥했습니다. 우주는 드넓고 인생은 한 번뿐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죠.”

추리 판타지소설 전문 출판사 피니스아프리카에의 박세진 대표(42)는 건축회사 영업직으로 일하다가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사표를 던졌다. 그가 태양을 본 곳은 술집. 박 씨는 “거래처 사장에게 술 접대를 하는데 아침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창밖에 뜬 해를 보며 술잔을 받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가 들었다”고 기억했다. SF와 판타지 분야의 국내 작품 출판에 주력하는 온우주의 이규승 대표(42)도 컴퓨터 기술자지만 좋아하는 책을 펴내고 싶어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보통 신생 출판사는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독립해서 차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도 “어느 출판사에서 일했느냐”는 것이었다. 세 사람은 출판계 외부 출신임을 오히려 장점으로 내세웠다.

피니스아프리카에의 박 대표는 “편집자로 오래 일한 출판사 대표는 인터넷 서점 MD(구매담당자) 앞에서 눈물을 쏟아낼 정도로 영업을 어려워하던데 영업을 오래한 내겐 오히려 신바람 나는 도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온우주의 이 대표는 “철저히 독자 입장에 서서 독자들이 사고 싶은 책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시도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가 한 문화센터에서 강의하는 ‘1인 출판 특강’의 동문이기도 하다. 북스피어는 마쓰모토 세이초와 미야베 미유키 같은 특정 추리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펴내고 있다. 김 대표는 “분야를 정해서 깊이 있는 책을 꾸준히 내고 해당 분야 독자들과 교감하는 전문 출판사가 더 늘어나야 한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출판인이 늘어나면 출판시장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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