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끝자락에 접어들면서 저녁이면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던 1990년 어느 초가을 날의 수원 원천유원지. 저와 남편은 유원지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결혼 2년 만에 얻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첫딸(당시 갓 돌이 지난 나이)과 함께였지요.
저는 아장아장 잘 걷지도 못하는 딸의 손을 잡고 오리배도 타고, 꼬마열차도 탔습니다. 유원지 구석구석을 다니면서는 길가에 핀 꽃 이름도 알려줬습니다. 뒤뚱뒤뚱 갓 걸음마를 뗀 사진 속의 꼬마는 어느덧 훌쩍 자라 지금은 회사에 다니며 엄마아빠 용돈도 주는 듬직한 딸로 성장했습니다. 남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의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1남 2녀의 엄마로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아이들 키울 때는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해달라는 것 다 해주고 싶었지만 때로는 부족한 것 같아 마음도 아팠습니다. 그런데도 밝고 의젓하게 자라준 자식들을 보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소리가 뭔지 알 것 같습니다.
2013년 다시 찾은 원천유원지는 광교 신도시가 들어선 후 광교유원지로 재탄생해 있었습니다. 특히 크기가 200만 m²를 넘는 광교 호수공원은 현대적으로 멋지게 꾸며져 있었고, 놀이기구를 타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산책과 운동을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앞으로 딸이 결혼해서 아기를 낳을 텐데, 그때는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꼭 다시 찾고 싶습니다.
송은영 씨(경기 수원시)
추억의 사진을 보내주세요
※동아일보가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코너를 연재합니다. 예전에 사진을 찍었던 추억의 장소에서 최근 다시 찍은 사진과 사연을 보내주시는 분께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저희가 준비한 선물은 프랑스 럭셔리 주방용품 브랜드 ‘르크루제’의 20cm 원형무쇠주물냄비(소비자가 34만8000원)입니다. 사진과 사연은 soohyun87@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 코너가 실린 신문 지면과 함께 찍은 사진을 추가로 보내주시는 분께는 가산점을 드립니다.
댓글 0